2013년 독후감 심사를 마치고
글을 읽는 행위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되기’에 얼마나 인색한지.
같이 영화를 보고, 함께 식사를 하고, 혹은 우르르 몰려 앉아 가벼운 농담과 정치 ․ 경제 얘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혼자 책을 잡고 읽는 시간은 아까워한다.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바빠서”라는 변명과 핑계가 통한다.
그럼에도 독후감 행사는 해마다 어김없이 열린다.
그것은 독후감 대회를 열어야 할 만큼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몸짓이기도 하다.
이번 독후감 대회에는 예년에 비해 질적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
예년엔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 관한 독후감이 많았다면
올해는 철학과 심리학, 공학에 속하는 전문서적이 꽤 있었다.
환영할 일이다.
출제작을 일일이,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았다.
예년엔 텍스트에 끌려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드물었다면,
올해는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낸 작품이 많았다.
작가, 혹은 주최측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글쓰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것은 한 해가 다르게 우리, 혹은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느 작품은 이러이러한 점은 좋았지만 이러이러한 점은 좋게 볼 수 없어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쓰기도 했다.
그렇게 쓴 사람에 대해 나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좋게 평가했다.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독서를 많이 했고, 글에 대한 눈이 열려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는 행위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나거나 만날 수 있는 은밀한 길이기도 하다.
나는 작가이자 독자로, 이번 독후감 심사를 하며 느끼고 배운 바가 크다.
부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의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넉넉한 시간을 할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