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사막여우에게, 페가수스에게
본드의 바람이, 독사의 열기가
마징가는 씩씩하게, 장미는 안타깝게
FO 작업으로, ACM 훈련으로
턱걸이를 하고, 나귀 가죽을 덮고
도서관에 클릭, 비행복에 클릭
메추리는 메추리로, 메추리를
베이비박스가, 구더기가
호수에게 말해, 시가 말해
거인장에 잡혀, 스로틀을 당겨
<출판사 서평>
『토잉카와 두 개의 옆문』은 공군 비행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김정주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인 『유리벙커』에서 낯선 세상을 중단편의 글로 다양하게 엮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특유의 경쾌함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장편을 선보였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의 배경은 공군 비행단으로, 전투기 조종사나 활주로 등 현실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이들과 장소를 중간중간 엿볼 수 있다.
표 대위는 캄캄한 하늘을 선회한다. 침묵의 하늘 바다, 무겁기만 한 허공의 광야. 갑자기 기체가 흔들린다. L 소령의 전투기도 고깃배들의 빛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어느 새 구름 속이다. 표 대위는 스로틀을 증가시키며 조종간을 당겨 기체를 상승시킨다. 구름이 두터운지 하늘은 나오지 않는다. 표 대위는 밖을 내다본다. 보이는 건 온통 구름의 장막뿐. 표 대위는 수평비행 중인지 상승 중인지 순간 헷갈린다. 구름 속에 잠복해 있던 바람덩이가 기체를 위아래로 좌우로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의자가 더덕더덕 들썩이고 기체가 불규칙하게 까불거린다. 이 난기류는 제법 성깔을 부린다. 항공기를 전용 장난감인 양 멋대로 가지고 논다. 지상에선 10톤이 넘는 거대한 쇳덩이가 공중에선 바람에 날리는 종잇장이다. 표 대위는 식은땀이 솟고 압박감이 온몸을 누른다. 정신을 차리자. 지금은 야간 비행이다. 계기, 계기를 봐야 한다. 표 대위는 깊게 숨을 내쉬며 들이쉬며 호흡을 조절한다.
이야기는 일병인 ‘이반’과 장교이자 전투기 조종사인 ‘표 대위’,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반’은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도망치듯이 곧바로 군에 입대한 대학생이다. 그는 군대에서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한다. ‘표 대위’는 그런 이반을 보고는 마음에 안 들어 했고 이반 역시 표 대위를 싫어한다. ‘표 대위’가 이반을 싫어하는 것은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유년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서로 싫어하면서도 서로 신경을 쓰게 되는 관계가 계속된다.
“아까 호수를 보는데 아버지를 봤어. 청소차만 타던 아버지가 토잉카로 시동이 꺼진 내 차를 끌고 가더라구.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났어. 우리는, 나를 포함한 사내들은, 세상의 아버지이자 아들이라고.” (…중략…)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너는 아버지가 없다는 게 상처겠지만 내겐 아버지가 상처였다. 어느 누구에게도 우리 아버지가 청소부라는 말은 하지 못했어. 아버지를 원망했었지. 나를 떳떳하게 하지 못한다고. 그런데 지금 니 얘길 듣고 있자니 아버지인들 청소부가 되고 싶었을까. 니 여자 친구도 너를 일찌감치 아빠로 만들고 싶었을까.” (…중략…) “지금 말한 대로라면 나는 상처를 극복하거나 극복한 인간이 되어 있어야 해.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자주, 강하게 받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상처인 듯싶다. 말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상처는 교환행위라고.” 이반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 아저씨의 말엔 일리가 있다. 상처를 주자고 작정한 것도 아닌데 상대에겐 상처가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반과 표 대위는 그들만의 어두운 과거로 비틀대며 서로 미워하기를 거듭한다. 그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다 보면 토잉카와 두 개의 옆문이 협곡을 이룬다. 그들은 과연 그 지긋지긋한 협곡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토잉카와 두 개의 옆문』은 이반과 표 대위 두 사람을 통해 ‘군인’과 ‘사람’의 경계가 어떻게 헤쳐 모여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특유의 언어적 유희와 공중 전투 기동에 대한 전문성 있는 문장을 재치 있게 넘나들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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