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월에 만난 꽃

유리벙커 2011. 6. 5. 01:45

 

 

수국이 한창이다.

수국만 보면 절이 생각난다.

어려서 아버지와 함께 갔던 절 샘물 곁에 피어있던 수국.

고즈넉한 절과 옅은 보라빛을 은은히 내보이던 수국은 절묘한 한 쌍이기도 했다.

그 수국과는 다르지만 햇솜의 뭉치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한 저 수국은 마음마저 동그랗게 만든다.

동그랗게, 귀엽게, 그리 살라고 저 수국이 속삭인다.  

 

 

요즘엔 플라타너스가 옛날 나무가 돼 버렸다.

그만큼 보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사이프러스 같은 외래종이 더 인기가 있어 토종의 그 자리를 대신할 지경이다.

오래된 가로수를 지나다 플라타너스를 보면

아, 이 길은 오래된 길이구나, 아직 때가 묻지 않은 길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빛이 좋은 날, 수원 보통리에 있는 저수지에서 이 플라타너스를 만났다.

세월로 치면 허연 수염이라도 펄펄 날려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청춘인 양, 푸른잎과 탁구공처럼 야무진 열매를 달고 있다.

저 플라타너스처럼만 되라, 는 생각이 내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

 

함초롬히 피어 있는 저 꽃은 무엇일까.

오동나무에 피어 있으니 오동나무 꽃일 게다.

처음 보았다. 오동나무 꽃을.

그리고 처음 알았다. 오동나무 꽃이 저렇게 예쁜 줄은.

오동나무에는 꽃이 없는 줄 알았다.

이름이 오동나무여서, 예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오동나무도 보기 힘든 나무가 돼 버렸다.

이 나무 역시 수원 보통리에 있는 저수지에서 보았다.

반가웠다. 

오동나무, 하면 생각나는 나의 고향 돈암동.

내가 살던 집에서 몇 집 지나면 커다란 오동나무가 있는 집이 나온다.

오동나무가 있는 집이라기 보다 대문 앞 길에 오동나무가 있었다.

그 앞으로 자주 가 놀았다.

손수건에다 모래를 담아  머리에 이고는

"떡 사세요, 떡 사세요" 하면서 오동나무 아래로 가곤 했다.

그때 같이 놀던 친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때의 오동나무를 기억하고 있을까.

세월이 무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