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운 갑질
친구 부부와 송추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
카페는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모던한 건물이었다.
카페 앞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고 나무며 꽃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그 정도의 부지를 가꾸자면 꽤나 비용이 들 터였다.
우리는 커피와 빙수를 시키고 앉을 자리를 돌아봤다.
일층엔 마땅한 자리가 없었고 이층이 있다기에 이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계단엔 만 18세 이하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이층엔 실내 좌석과 실외 좌석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실내엔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았고, 실외는 넓은 발코니에 있었다. 비가 온 후라 습하긴 했지만, 구름이 끼고 바람도 불어 실외 발코니에 자리를 잡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젊은 부부와 아기가 올라왔다.
아기 아빠가 아기를 안고 발코니 밖을 보기도 아기 엄마는 발코니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럴 때쯤 한 남자가 올라왔다. 그 남자는 대단히 세련된 분위기와 외양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아기 아빠에게 말했다. “여긴 어린애가 올라오면 안 됩니다.”
아기 아빠는 기분이 상한 목소리로 그러냐며, “직원이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남자는 “주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둘 사이에 약간의 신경전이 오가고, 아기 아빠 내외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몸을 틀었다.
그때 카페 주인이라는 남자가 우리 테이블을 돌아보더니 말했다. “그 자린 젊은이들이 데이트하는 곳인데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해석이 불가능한 말이었다. 우리 나이에 벌써 이런 소리를 듣나?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무슨 자격으로 저런 말을 하지?
나는 카페 주인에게 빈정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우리도 지금 미팅을 하는 중이거든요?” 그러자 카페 주인은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그 자리는 젊은이들이 테이트 하는 자리라서요.”
어처구니가 없어도 정도가 있지. 생각건대, 카페 주인은 자기가 구상한 자리에 손님들이 앉아있기를 바랐던 듯하다. 그러니까 카페 분위기와 손님 분위기가 어울려야 한다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자기 욕심대로 손님을 배치하고 싶었다면, 이층엔 만 40세 이하의 남녀만 올라오라고 써야 한다. 아니, 아니, 아니! 아예 카페를 열면 안 된다. 발코니가 위험하다 싶으면 만 18세 이하는 올라오지 말라고 쓸 게 아니라 어린이가 올라와도 되게끔 펜스를 쳐야 한다.
카페를 나오면서 친구가 말한다. “그 말을 들을 땐 너무 상식 밖이라 뭐라 대꾸할 생각이 안 났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런 말을 할 걸 그랬어. 그럼 경로석은 어딘데요?”
하하하~~ 갑질도 참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