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운동할 땐 노래를 들어요

유리벙커 2019. 3. 11. 15:32

헬스를 할 때마다 노래를 듣는다.

줄이 달린 이어폰을 사용하다 무선 이어폰으로 바꿨다.

내 딴엔 조금 값이 나간다는 무선 이어폰이다.

그 이어폰이 갑자기 고장이 났다.

한 쪽만 들리는가 싶더니 페어링 자체가 안 된다.

당장 운동하러 가야하는데 노래 없이 운동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금단 현상이 생긴다.

집안을 뒤져 줄이 달린 이어폰을 찾는다.

 

요즘엔 노래 듣는 재미로 운동을 한다고 말 할 정도다.

한가하게 집에서 음을 즐길 여유가 없기도 하거니와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헬스를 한다는 건 사실 지루하고 힘들다.

그럴 때 동무가 되어 주는 게 음악이다.

 

요즘 운동을 하며 노래 듣는 재미에 푹 빠진 이유가 있다.

보통 때는 느끼지 못했던 뮤지션들의 연주와 음성/음색이

아주 세밀하게, 낱낱이, 귀에 박힌다.

어느 쪽 마이크를 이용해 음을 내보내며,

어떤 방식으로 연주를 하는지, 그런 것을 느낄 때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보여주고 들려주려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며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를 떠나보내는 행위.

그럴 때 는 없고 즐기는 가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

예술의 공통점이다.

다른 하나는, 음에 빠지다 보면 홋홋해진다는 점이다.

일상의 잡다한 근심이나 갈등은 까맣게 잊고,

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르게 호흡한다.

내가 쓴 소설에서 미흡한 점도 생각나고 고칠 부분도 떠오른다.

요즘 내가 듣는 노래 중 몇은 회상의 자리를 내어준다.

디퍼플이 그렇고, 산타나가 그렇다.

그 음과 연주는 내 젊은 시절을 소환한다.

슬프고 안타깝고 분노하던 나는, 어째보지 못하던 나는, 그 음들과 함께 했다.

짙은 담배연기와 생맥주, 고막을 찢을 듯이 쏟아져 나오던 음들, 그 음들을 가득 채웠던 술집.

그때의 음과 장소는 나뿐 아니라 당시의 젊은이들에겐 도피처이자 안식처이기도 했다.

 

새롭게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도 있다.

Eva CassidyFields of Gold.

유니지의 when we were young

마마무의 리메이크 곡 바모처럼 살았군요

이소라의 Love of My LifeRainy days and mondays

그리고 퀸의 노래들.

이 노래들은 과거의 나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준다.

이런 음과 방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

 

내게 노래를 듣는다는 건

다른 세계를 느끼고 상상하는 내러티브이다.

그 세계를 열어준 뮤지션들에게 고마움, 또 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