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이 옳다>>
제목을 읽는 순간, 뭐지? 왜지? 이런 오만한 제목이 다 있나 싶었다.
책장을 열고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야 제목의 의미를 수긍한다.
“언제나 당신이 옳다”는 말은, 자신을 잃지 말라는, 숨어 있는 자신을 찾아내라는,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잡으라는, 격렬한 응원의 의미다.
프랑스의 사상가에 속할 자크 아탈리의 이 책은, 요즘 흔하게 접하는 가짜 인문학 저서가 아니다. 그는 전 세계의 정치와 사회현상을 거론하며, 기업인과 예술가, 정치가 등등이 어떻게 ‘자기 자신 되기’에 성공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영국의 대처 수상을 제외하면 모두 흙수저에서 출발해 ‘자기 자신 되기’에 입문한 사람들이다.)
어째서 우리는 ‘자기 자신 되기’를 해야 하는지, ‘자기 자신 되기’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알아보고 싶은 충동을 던진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 되기’를 해야만 ‘못된 권력’(권력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에 저항할 수 있고, 저항을 통해 자신을 지키고 사회를 좋은 토양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 되기’는 힘이다. 좋은 에너지이며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기도 하다.
사실, ‘자기 자신 되기’는 말이 쉽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부모라는 제도권, 가정과 이웃이라는 환경의 제도권에 덜컹 떨어진다. 그것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고를 주입받게 되고 어떻게 하면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나를 배운다. 적당히 타협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관계를 지속시키는 미덕에 속한다고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 사회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자기 자신 되기’는 요원해지고 만다. 해서, 불의를 보고도 참을 수밖에 없고, 갑질을 당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해 버티고 버틴다. 독립투사들이 왜 위대한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역사에 기록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자크 아탈리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용운을 말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1913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조선불교유신론』에서 한국 불교가 쇠퇴한 이유는 ‘모든 것이 하늘에 달려 있다’는 불교 엘리트층의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불교 지도자들이 그와 같은 미신의 노예가 되었다고 비판하며, ‘모든 것이 다 나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 불교의 개혁을 이끌 원칙으로 오직 자신만을 믿고, 오로지 자신을 탓하며,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들어가는 말’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국가에 사회보장제도나 수당을 요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일상의 관습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선택해준 인생과 다른 사람이 그려준 운명에서 탈피해야 한다. 당신의 삶을 직접 선택하라!” “격분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태도는 세속적인 무기력함만 보여줄 뿐이다.” “당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자신감을 가져라. 자기 자신을 존중하라.” “용기를 내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이미 수립된 질서라 해도 다시 한 번 흔들어보라. 당신의 삶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라고 간주하며 살아라.” “나는 이를 두고 ‘자기 자신 되기’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그러나 실행하기엔 너무도 어려운 말이다. 자크 아탈리도 이 점을 모르진 않는다. 203쪽에 보면, “선택의 불안에 사로잡혀서 자유가 오히려 독재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라는 지적은 ‘자기 자신 되기’가 얼마나 힘든 선택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 되기’.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여정인가. 자크 아탈리는, 이 여정을 시작하려면 고독부터 내 안으로 들이라고 말한다. 이에, 고독의 양면성을 수면 위에 올린다. 고독이란 자신만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지만,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하면 사람을 더 약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크 아탈리는 ‘자기 자신 되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매진하라고 주문한다. 여기서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말을 ‘자기 자신 되기’라고 본다. 내일이 어떠하든, 누가 뭐라 하든, 어떤 이론이나 현실이 강력한 자기장으로 작동하든,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며,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는 가운데 실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여긴다.
살면서 느끼는 점 하나.
어떤 삶이든 다 좋기만 한 것은 없다는 것.
그리하여,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그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머지는 버리는 게 좋다는 것.
흔히, 손해 보면 손해라는 식의 사고는 지양할 것.
내가 손해 보는 것 때문에 타자가 이익을 볼 수도 있으면, 그것도 괜찮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