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읽기란 만만치 않다. 오래 전 『세월』을 읽다 포기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댈러웨이 부인』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몇몇 책을 구입하려다 절판이어서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에서도 역시나 구할 수 없다. 그러던 중 『댈러웨이 부인』이 있어 빌리기로 한다.
버지니아 울프 하면, 의식의 흐름을 좇는 소설로 유명하다. 『댈러웨이 부인』도 역시 그렇다. 서사는 뒤죽박죽, 등장인물들은 다양하게 많다. 헌데 이 책은 장편이면서도 소제목이나 챕터가 없다. 소설 한 권이 통째로 이어진 장편이다. 독자들로선 피곤하고, 심지어 괴로움마저 느낀다. 예컨대,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이 무엇을 보고 그 장면을 서술하는 와중에, 줄 바꿈도 없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등장하는 식이다. 독자로선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러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인내를 해야 한다.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준비하려고 꽃가게를 찾는 것으로 시작해, 파티가 끝나갈 무렵까지, 즉 하루의 일을 장편으로 서술한 책이다.
배경은 영국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적 부흥기를 누리던, 영국 상류층의 생활과 의식이 주를 이룬다.
클러리서 댈러웨이가 꽃가게에서 꽃을 고르던 때, 바깥에서 폭음이 난다. 왕실의 자동차가 고장이 나며 내던 폭음이다. 바로 그때, 그것을 보던 많은 사람이 뒤죽박죽 등장한다. 그 중 셉티머스라는 삼십 대 남자는 1차 대전을 치른 병사 출신으로 전쟁에 대한 신경증에 시달린다. 그의 아내는 이태리 출신으로 남편의 신경증을 어떻게든 고치려 병원을 전전하는 중이다. 바로 그 시간, 댈러웨이 부인의 옛 애인이던 피터 월쉬는 인도에서 돌아와 클러리서 근처를 배회한다.
소설은 이런 식으로 셉티머스와 그의 아내가 나오면서, 그들의 주변인물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피터 월시도 미혼이었을 때 댈러웨이 부인에게 거절을 당한 후 인도로 갔던 일, 인도에서 안 여인들, 댈러웨이 부인을 찾았던 일들이, 다른 인물들과 마구 섞여 나온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댈러웨이 부인』 일독을 마친다.
이 소설이 무엇을 얘기하는지는 독자의 시선마다 다를 터다.
나는 소설의 각 인물보다는 영국이라는 큰 틀과 소설 전체를 놓고 본다.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고 싶은 건 ‘파티’다.
영국은 인도 외 여러 나라를 식민지배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때다. 즉, 파티다. 상류층이나 누릴 수 있는 파티다. 그 파티의 메타포가 댈러웨이 부인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무엇보다 ‘파티’를 중요시 하고, 그날의 ‘파티’가 혹여 망치는 일은 없을까 전전긍긍한다. 그 당시 영국이라는 나라의 은밀한 속내로 봐도 무당할 듯하다. 다시 말해, 댈러웨이로 대변할 수 있는 영국은, 댈러웨이의 옛 애인 피터 월시(예전엔 관계가 좋은 국가였지만 지금은 중요해지지 않은 국가들)가 찾아와도 파티에 입을 옷을 수선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는다.
또한 신경증을 앓고 있는 셉티머스는, ‘대영제국’이 거느린 식민지들에 대한 신경증으로 볼 수 있다. 셉티머스는 신경증으로 자살하는데, 이는 ‘대영제국’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식민지들이 독립 선언을 함으로써 영국의 쇠퇴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왕실의 자동차가 고장이 나며 내던 폭음이 이 사실을 암시한다.
파티가 끝날 무렵, 댈러웨이 부인의 옛 여자 친구인 엘리자베스는 파티에 초대받지 않았음에도 찾아온다. 댈러웨이 부인은 엘리자베스와 절친이었지만 엘리자베스가 상류층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초대하지 않았다.
피터 월시는 파티에서 댈러웨이 부인과 말을 섞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엘리자베스와 마주치자 대화를 나눈다. 엘리자베스와 피터 월시는 예전부터 의식이 통하던 사이. 그런데 결국 엘리자베스는 댈러웨이 부인을 만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을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로 전환해볼 때, 영국은 실용성을 지향하는 국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