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어느 오후
유리벙커
2011. 6. 16. 00:08
모처럼 이태원에서 작가 친구들과 만났다.
에피타이저와 후식으로 맛있는 수다가 준비된 건 물론.
네 여자들은 이미 알아둔 그리스 식당 산토리아로 갔다.
그리스 음식은 첨 먹어본다.
약간의 호기심을 안고 그녀들의 사전 정보에 의지해 주문을 했다.
이건 폭 수블라끼라고, 돼지고기 꼬치구이다. 씹히는 맛도 좋고 향도 좋았다.
저 고기를 빼 밀전에다 싸 먹는 거 같았는데, 거의 다 먹을 무렵에야 눈치챘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이건 새우 수블라끼다. 새우의 크기도 실하고 살짝 구운 것도 일품이었다.
여자 넷은 서로 반씩 덜어주며 얌얌 짭짭, 오, 얌얌 짭짭~~ 했다.
음식을 먹고 카페베네로 이동.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킨 후 으젓한 우리의 소설가가 준비해 온 후식을 꺼냈다.
너무 예뻐서, 마치 아기 같아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먹었다. 결심을 하고 먹었다.
어제 오늘, 연장 먹는 얘기와 사진 일색이다.
다른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보면, 이런 류 천지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가 지금 그렇다.
나도 유행을 따라해 보나?
유행은 유행이다.
마음의 유행.
마음이 혹해서 시키는 대로 하다 그게 시들해지면 관두는 그런 마음의 유행.
오늘 만난 작가 친구들도 바쁜 사람들이다.
어렵사리 만나 좋은 음식을 먹고 맛있는 수다를 떤 것도 한때라고 생각한다.
좋은 한때.
볕이 잘 들고, 맑고 좋은 공기가 싸하게 퍼지는 그런 좋은 한때.
한때를 즐기는 것, 즐길 수 있다는 것, 복 받은 자가 누리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