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눈질
책소개
김정주 소설집『곁눈질』. 현대인의 허와 실을 괴기와 익살로 파헤치는 10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풍자성 판타지 픽션으로서의 다양한 실험정신과, 무거운 주제를 장난기 넘치는 재담으로 형상화하는 특유의 발상이 돋보인다. [양장본]
출판사 서평
“여러 가지 맛을 지닌 소설”
작가 김정주가 첫 소설집을 낸 지 6년 만에 케포이북스에서 단편 10편을 묶은 소설집 <곁눈질>을 출간하였다.
김정주의 <곁눈질>은 색과 맛이 여럿이다.
마치 뜨거운 프라이팬에다 재미라는 여러 가지 재료를 튀기기도 하고 볶기도 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는 듯하다. 웃음이 절로 나올 때가 있는가 하면 웃음 끝에 슬쩍 꼬집기도 한다. 그녀는 가볍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미소와 안쓰러움과 애정을 골고루 섞은 별미를 우리에게 내어놓는다.
그녀의 작품 몇 가지만 들여다보자.
첫 번째 작품 <거기, 야적장>은 ‘나’가 익명의 이메일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외딴 모텔을 청소하러 간다. 갈 때마다 바뀌어 걸리는 이상한 자화상을 보며 ‘나’는 익명의 자에게 끌려가는 것을 느낀다. “너는 누구니. 누구이기에 나를 부르니”라는 말로 ‘나’는 익명의 존재와 ‘나’의 존재를 묻는다. 추리 기법으로 점점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닉스에게 로그인>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맹인 안마사의 욕망을 킬킬거림과 재치로 뒤집는다. 맹인 안마사는 안마를 받으러 온 ‘사모님’을 갈색9번이라고 정하며, 혹시 땅문서라도 얻어낼까 “오오, 달링, 달링” 하며 별별 공상과 아부를 하지만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작가는 “이런 귀골 귀티님을 선뜻 선사하다니,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맹인 안마사를 ‘너’라는 이인칭으로 부른다. 우리 자신 역시 맹인 안마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표제작 <곁눈질>은 앞의 9편을 종합 대변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오직 소설만 쓴 주인공 ‘나’가 소설 속의 인물들을 만나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다. 김정주의 소설들이 현실에 바탕을 둔 허구인 것처럼, 이 소설 역시 현실이지만 꿈이고, 꿈이지만 현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작가는 소설 속의 인물 다애를 향해 “다애 씨, 이건 소설이야 소설! 정신차리라구!” 말하지만 다애는 “그렇죠 소설이죠. 이렇게 소설 같은 일이 나한테도 생긴다구요” 하고 말하는 것으로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관광버스에 탄 소설 속의 인물들은 자신들을 만들어 낸 작가를 남의 생활이나 ‘곁눈질’하는 사람이라고 비아냥댄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작가의 말’과 이 소설이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