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언어
니체가 말했다고 한다.
“그대가 내민 손은 구걸을 위함인가 도움을 주기 위함인가” 라고.
손엔 많은 언어가 들어있다.
어떻게 살아왔다는 고백과 지금 어떻게 사는지를 말해준다.
거칠고 주름지고 마디 굵은 손은 노동의 흔적을,
핏줄 하나 불거지지 않고 통통하게 희기만 한 손은 노동의 부재함을 웅변한다.
시각과 감각으로 보면 분명 거친 손보다 고운 손이 좋다.
그러나 그러한 손을 게으른 손이라고도 한다.
지적 노동, 또는 컴퓨터 노동, 그러한 노동은
노동이라는 언어가 지닌 체력을 담아내지 못하니 그렇게 불릴 수도 있다.
요즘은 옛날처럼 몸을 움직여야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어느 노동이 진짜 노동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며칠 전 고속도로 휴게실에 들른 적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사려는데 아이스크림 기계는 휴게실 밖에 있었다.
날씨는 살을 태울 듯이 뜨거웠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기계 앞에는 담당하는 아가씨가 서있었다.
돈을 내고 바닐라와 초코가 섞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가씨는 희고 작은 손을, 그것도 두 손을 공손히 내밀어 내가 내민 돈을 받았다.
거스름돈 500원도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작은 감동이 몰려왔다. 저 아가씨 가정교육 참 잘 받았구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그 사람의 교양은 물론
어떻게 살아왔다는 이력이 나타나는 걸 보면 손의 언어는 생각보다 깊다.
이래서 손의 노동은 거친 것과 고운 것의 차이로 단언할 순 없다고 여긴다.
뜨거운 날씨를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내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그 아가씨의
겸손함과 고운 손이 아직도 눈에 어른댄다.
나는 니체의 말에 덧붙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대가 내민 손은 타인을 즐겁게 만드는 손인가 불쾌하게 만드는 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