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이유
누가 그랬다지?
산에 오르는 건 산이 있어 오른다고.
그 말은 맘에 들지 않아.
목적, 목표, 그것에 무조건 올인하는듯 한 인상을 주거든.
생각이나 감정 없이 무조건.
산엘 올랐어.
얼마 전엔 수락산을, 또 얼마 전엔 마니산을.
산은 아무리 쉬워도 산이야.
동네 산이건 고산이건 마찬가지야.
오르기 힘들기에 산인 거야.
산을 오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
젊었을 땐 등반하길 좋아했어.
한겨울 얼음이 꽝꽝 덮인 산도 겁 없이 올랐거든.
그것도 혼자서.
지금 생각하면 대단했어.
그런데 지금은 힘들다는 것부터 떠올라.
힘든 건 싫은데. 무서운데.
산을 오르다 보면 쉬운 데도 나오고 가파른 데도 나와.
인생이 바로 그렇다는 말은 진부해.
조금 덜 진부한 말을 해볼까?
갑자기 가파른 데가 나올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붙잡을 뭐가 있을까 둘러봐.
바위 끝이나 나뭇가지가 있으면 그걸 잡고 올라.
그렇게 가파른 데 옆에 있는 나뭇가지는 반들반들해.
사람들이 하도 잡고 올랐기 때문이야.
그런 나뭇가지가 돼 본 적 있어?
그런 나뭇가지를 잡으며 위로 올라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지 뭐야.
나뭇가지 하나 잘못 잡으면 안 잡으니만 못하겠구나.
그 자리에 있기는커녕 뒤로 굴러 떨어지겠구나.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줄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어.
죽지 않고 살려고.
살아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그렇게 정상에 올랐어.
그러나 정상에 머물 시간은 짧아.
그토록 힘들게 올라온 것에 비하면 아주 간단하고 짧아.
그 간단명료한 정상을 밟기 위해 우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
허무하지 않아?
우리는 허무를 이기려 산에 오르는 걸까
허무를 만나러 산에 오르는 걸까.
산은 오르기만 하는 데가 아니야.
내려와야 하는 데이기도 해.
허무를 배워 내려온다면 산은 더없이 좋은 교육자야.
대단히 훌륭한 스승이라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