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는 교량으로 연결된 섬입니다.
항구가 많고 어촌이 많은 건 당연합니다.
어촌 사람들은 바다로 먹고 삽니다.
정직한 직업입니다.
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살던 사람이 섬사람들의 생존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저 바다가 보기 좋고
바람과 산과 공기가 좋다는 어떤 향유 이상은 되지 못합니다.
마음이 미안해집니다.
오늘은 창촌항에 갔습니다.
여느 항과 너무도 비슷해서 헷갈립니다.
바람이 많이 붑니다.
점퍼 지퍼를 목까지 올린 후 방파제를 걷습니다.
방파제 저쪽은 바다이고, 이쪽은 어촌입니다.
무슨 까닭에선지 걷기를 멈추고 어촌을 바라봅니다.
산자락에 모여 있는 집들 역시 치열한 생존의 자리입니다.
다리가 아픈 것도 모른 채 어촌만 바라봅니다.
문득, 구상 중인 소설의 배경으로 저 어촌을 택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마음은 더할 수 없이 안심이 됩니다.
무엇엔가 쫓기는 듯 했던 마음,
알 수 없던 불안,
많이 쏟아냈던 말들, 그래서 부끄러웠던 마음이 잠잠해집니다.
어촌이 있는 바다엔 바람 따라 구름이 일렁입니다.
커다란 교훈을 얻은 건 아니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집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