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21 4

화농

화농    김정주    덤프트럭이 다가온다. 거대한 몸통이 바닥에 깔린 센서를 밟으며 톨게이트로 진입한다. 덤프트럭이 속도를 늦추더니 부스 앞에서 살짝 경적을 울린다. 윤희는 부스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트럭 기사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더니 한쪽 눈을 찡끗한다. “교대시간은 언제? 이쁘지도 않으면서 이쁜 척. 그만 튕겨.” 윤희는 픽 웃는다. “운전 조심하세요.” 트럭 기사가 상체를 건들대며 선글라스를 내려 쓴다. 트럭 기사는 발권기 삼 단에서 통행권을 뽑더니 휭 가버린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몸체, 심장까지 궁궁 파고드는 소리, 영락없는 재우. 재우를 만난 건 신의 은총일까 장난일까. 덤프트럭의 쇠 덮개 틈에서 푸르르 흙먼지가 날리며 잠시 봄을 가..

화농

2023년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을 소개합니다. 화농 김정주 덤프트럭이 다가온다. 거대한 몸통이 바닥에 깔린 센서를 밟으며 톨게이트로 진입한다. 덤프트럭이 속도를 늦추더니 부스 앞에서 살짝 경적을 울린다. 윤희는 부스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트럭 기사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더니 한쪽 눈을 찡끗한다. “교대시간은 언제? 이쁘지도 않으면서 이쁜 척. 그만 튕겨.” 윤희는 픽 웃는다. “운전 조심하세요.” 트럭 기사가 상체를 건들대며 선글라스를 내려 쓴다. 트럭 기사는 발권기 삼 단에서 통행권을 뽑더니 휭 가버린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몸체, 심장까지 궁궁 파고드는 소리, 영락없는 재우. 재우를 만난 건 신의 은총일까 장난일까. 덤프트럭의 쇠 덮개 틈에서 푸..

나의 소설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