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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탄강』을 천천히 바라보며

심영의 소설가의 『몽탄강』의 제목을 보는 순간 제목이 참 좋구나 싶었다.『몽탄강』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몽탄강」이 표제작이다. 표제작을 제일 앞에 둔 이유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다. 작가들은 소설집을 꾸릴 때 표제작을 어디에 배치할지 생각한다. 맨 처음에 배치하는 게 낯선 일은 아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일곱 편의 단편을 읽으니 표제작을 제일 앞에 둔 까닭이 짚인다. 그러니까 표제작의 주제가 나머지 여섯 편의 단편을 면면히 관통하며 견인하고 있다. 표제작 「몽탄강」은 고택에 불이 난 것으로 시작한다. 고택의 첫 소유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선비이고, 그 다음 주인은 친일파인 고용태이고, 그 다음의 주인은 고용태의 아들이다. 고택엔 두 번의 화재가 있었고, 고택을 관리하던 이문정은..

어린 학생들의 현장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분으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다.6학년 학생이 지나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선생님, 이번 선거는 부정 선거입니까 부실 선거입니까?”그 말을 들은 분은 “부실 선거 아니겠니?”라고 말하자 말을 건 학생은 “아닙니다! 부정 선거입니다!!!!”라고 했단다.초딩 입에서 저런 말이? 나는 놀라기도 했거니와 왜, 어떤 경로로 그런 사고를 갖게 됐을까 생각해 봤다. 부모의 영향도 있었을 테고, 여러 매체의 영향도, 그 외의 다양한 경로의 정보를 접해서였을 것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분에게서 들은 얘기들은 시대의 변화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걸 절감한다. 초딩 2학년 여학생 하나는 그분께 이런 말을 했단다.“선생님, 외롭지 않으세요?”외로움은 어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뒤집는 말이다. 어느..

나의 이야기 2026.07.17

왜 소설을 쓰냐고?

왜 소설을 쓰냐고?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전문 직종의 고위직에 있는 지인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하세요?”“글 쓰고 있어요.”“원고 청탁도 없는데 또 소설을 써요?”그 말을 듣는데 목구멍으로 뜨거운 게 치밀었다.내가 원고 청탁을 받았는지 말았는지 어떻게 알며, 원고 청탁을 받아야만 글을 쓰나. 뭣도 모르면서 그런 무례한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의 전화는 순간 불쾌했을 뿐 곧 잊었다. 그 후로 한참이 지난 후 그의 전화 내용이 떠올랐다.사실 그는 내게 소설을 청탁했었고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었다.내가 쓰는 소설의 결과 그가 청탁한 소설의 결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그는 그때 거절당한 것이, 그것도 무명작가한테 거절당한 것이 내내 약이 올라 무례하게 대했던 듯하다. 그 역시..

나의 이야기 2026.07.13

쳇gpt에 물어보다

뜬금없이 쳇GPT에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그동안 출간한 8권의 소설책에 관해 쳇은 과연 뭐라 말할까요. 8권의 책 이름을 쳇에 보냅니다.『바다 건너 샌들』에 대해 쳇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다 건너 샌들>>은 김정주 소설가의 작품으로, ‘이동’과 ‘경계’, 그리고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품의 주요 특징1. 바다라는 상징 바다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고향과 타향을 가르는 경계 단절과 연결을 동시에 품은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인물들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떠나거나 남겨지며, 그 과정에서 상실과 성장을 겪 습니다. 2. 샌들의 의미 ‘샌들’은 가볍고 일상적인 사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떠남의 흔적 지나온 시간의 상징 관계의 기억을 담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작..

나의 이야기 2026.03.03

2월의 바다

겨울입니다.바다가 보고 싶어 양양에 왔습니다.‘양양’이라는 지명은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어감이 좋습니다.일찌감치 숙소를 예약한 터라, 입실 전에 양양 바다로 갔습니다.오늘의 날씨는 맑고 바람이 셉니다.바람은 무슨 화가 그리 났는지 바다를 때리고 사람을 휘어잡습니다.오래 있기가 힘들어 양양 시장통에 있는 먹자골목 비슷한 곳을 갑니다. 먹을 메뉴는 정했는데 가는 곳마다 브레이크타임이거나 휴업 중입니다.시장통을 돌아다니다 감자전을 부치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식당으로 들어가 감자전과 장칼국수를 시킵니다.예상 밖으로 장칼국수는 먹어본 중 최고의 맛이었습니다.바람이 심해 어디를 갈 수가 없어 바닷가 앞에 있는 카페로 갔습니다.커피와 스프를 시킵니다. 커피도 좋고 스프는 아주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카페를 나와 숙소..

나의 이야기 2026.03.02

‘그’와 ‘그녀’에 말 참견

‘그’와 ‘그녀’에 말 참견 인류는 언제부터 남자와 여자로 구분해서 불렀을까.이 의문은 L의 소설을 읽고나서다.(서평이 아니므로 실명은 생략하지만 L의 소설을 읽은 이들은 알 터이다.)L은 소설에서 ‘그’와 ‘그녀’를 구분하지 않고 몽땅 다 ‘그’로 부른다.처음 읽을 땐 ‘그’라는 호칭으로 남자인 줄 알다가 나중에 이름과 행동 묘사로 ‘그녀’라는 걸 알았다.작가는 왜 굳이 ‘그녀’를 ‘그’라고 호칭할까. 소설을 읽다 보면 어째서 ‘그녀’를 ‘그’라고 하는지 짐작이 간다. 여기에 두 개의 삽화를 소개한다. * 하나; 노브라의 예. 주인공은 일인 출판사 대표이자 소설가다. 그녀는 노브라인 채로 방송국 인터뷰에 나간다. 피디는 노브라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줄지 모르니 브래지어를 하라고 권한다. 주인공은 거절..

나의 이야기 2025.11.14

<<은밀한 선언>> 독자 서평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내 책을 읽고 감상문이나 서평을 쓴 것을 볼 때마다 나는 감격한다.특히 송광택 목사님이 쓰신 『은밀한 선언』은 정성이 가득하다. 송 목사님은 독서모임을 주관하시는 분이다. 내 소설은 종교와는 거리를 둔 소설인데 목사님께서 좋은 서평을 남겨주셔서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송광택 목사님이 쓰신 『은밀한 선언』의 서평을 옮겨 본다. 김정주 작가의 장편소설 『은밀한 선언』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각 장에서 주인공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드러낸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이 소설은 ‘드러내고 싶지만 감추고 싶은, 숨기고 싶지만 알리고 싶은, 욕망을 억압하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은밀한 선언』은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통해 ‘불완전하고 불안전한‘ 인생살이를 들여다본다...

<<바다 건너 샌들>> 독자 감상문2

정탄 선생님께서 김정주 소설집 『바다 건너 샌들』을 읽고 감상문을 페이스북에 올리셨다.책을 읽는다는 것은 열정이고, 감상문을 쓴다는 것은 책에 대한 애정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 사실을 알기에 정탄 선생님의 감상문에 고개 숙여 깊이 감사를 드린다.(특히, 샌들에 관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을 써주셔서 또 하나를 배운다.) ※ 강자, 승자는 패자, 약자를 소 닭 보듯 대하지 말라 “엄마, 난 개야. 개가 되기로 했어. 날 용서하지 말고 버려줘요.” 아들의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나도 살고 싶어.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 우리집처럼 말고 다른 집처럼, 보통의 집처럼 살고 싶어졌어. 아버지가 있고 고상하게 취미 생활도 하는 엄마가 있는 그런 집 말이야. 걔네*가 그런 집이야.” *걔네; ‘그 아이..

나의 소설 2025.05.20

<<바다 건너 샌들>> 독자 감상문1.

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심영의 선생님이 2022년도에 발표한 내 작품집『바다 건너 샌들』의 감상문을 페이스북에 올리셨다.심 선생님은 표제작 「바다 건너 샌들」에서 주인공 숙을 보면서 나를 떠올리셨던 듯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숙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름 없는 작가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내가 같아 보였나보다.작가는 작가의 심정을 잘 안다.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진심인지 가식인지, 허풍인지 엄살인지를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안다. 나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 앞에, 마음이 숙여지고 감사함이 뭉클 올라온다. * 심영의 선생님의 감상문을 올려본다. 김정주 소설집 『바다 건너 샌들』(소명출판, 2022)의 표제작 「바다 건너 샌들」의 문장은 더 없이 단정하고 맑고 투명하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

나의 소설 2025.05.19

책은 관절

강대진 교수님이 쓴 『브런치 인문학』이 출판되었다는 걸 알았다.북길드 출판사 배경완 대표의 프사를 통해서다.마음이 달떴다. 부랴부랴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넣었다.책이 오길 기다리는데 이런저런 일들이 스크린으로 떠오른다. 2010년을 전후해서 나와 배 대표는 강대진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그때 우리는 소위 벽돌책이라 일컫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아르고 호 이야기』를 통독하며 꽤나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강의가 끝나면 강대진 교수님과 우리는 뒤풀이를 했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해 안주만 축내고, 배 대표는 그 특유의 입담으로 우리를 웃겼다. 몇 년 후, 배 대표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도로 터전을 옮겼다.연고도 없이 제주도로 가는 건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제주도로 간 어느 날 배..

나의 이야기 2025.02.25

굿바이 거제

거제살이 4년을 마치고 살던 집으로 갑니다.굳이 거제를 택해 몸을 부린 건, 연고가 없고 풍경이 좋아서였습니다. 거제는 대단히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젊어서는 살고 싶은 데를 정해 이사도 참 많이 다녔지만지금은 그런 낭만적인 현실이 아닙니다.이사에 따른 비용지불이 꽤 되고, 큰 것부터 자질구레한 모든 것을 예약해야만 이사가 가능합니다. 거제에선 세입자로 살고, 살던 집엔 세입자가 있습니다.거제 집과 살던 집의 이삿날을 맞추기가 꽤나 어렵습니다. 신경이 과부하를 일으켜 체력 소모가 장난 아닙니다.오래 된 친구는 말합니다.“거제로 간 거, 후회하지 않니?”후회라니요, 천만에요.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고 대답합니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집을 구한 건 행운입니다.하루 날을 잡아 거제에 와서 집을 보..

나의 이야기 2025.02.18

<<극단적 흰빛>>

고철 시인의 『극단적 흰빛』은 제목부터가 대단히 극단적이다. ‘극단적’이라는 단어도 극단적인데 ‘흰빛’도 극단적이다. 극단과 극단이 나란하게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과연 극단이 치닫는 세계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극단적‘인’도 아닌 그저 ‘극단적’에 매료되었다.‘흰빛’ 또한 ‘흰색’과는 달리 가시적이지 않은데 극단과 흰빛은 어떤 모습으로 조화를 이룰까.  표제작 「극단적 흰빛」은 한 공간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병치시킨다. 시의 화자는 그 두 세계에 머물며, 들숨과 날숨을 쉬듯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경험한다. “깜깜해서야 집으로 왔”는데, “딸깍 소리가 무서워 불을 켜지 않았”고, “주방이 보이고 아침 먹던 숟가락이 보였”고, 그때 “실감 나지 않은 빛이 생겼다”“엄마, ..

탈골

탈골  김정주  모녀는 방파제 입구에 선다. 뜨뜻한 기에 찬 기 섞인 바람이 분다. 굴 폐각이 썩는 냄새, 주변에 널린 그물에서 스멀스멀 퍼지는 냄새, 물고기와 해초들의 비릿하며 미끈거리는 냄새가 습하게 달라붙는다. 늘그막 한 딸이 노모의 팔을 잡고 방파제로 올라간다. 톡톡, 톡톡, 지팡이 두드리는 소리가 밤바다로 녹아든다. 모녀는 말없이 방파제 끝으로 간다. 딸이 방파제 끝에다 돗자리를 편다. “엄마, 바로 앞이 바다예요. 조심해요.” 딸은 노모를 돗자리에 앉힌 후 그 옆에 선다. 밤하늘은 밤바다로 너르다. 둥근달이 구름에 가려 반쯤 드러나다 온전히 드러나다 한다. 바다 저 편엔 둥글고 허연 양식장 부표가 줄에 매달려 둥둥 떠 있다. 그 뒤론 무인 등대에서 내쏘는 빛이 반짝반짝 터진다. 노모는 그 ..

바깥 풍경

바깥 풍경  김정주   그는 불어와 철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에선 모 대학에서 미학을 강의한다. 대학 외 여러 인문학 기관에선 철학 이론을 바탕으로 문학 강의를 한다. 그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교수로 알고 있다. 그는 멜랑콜리하며 센티멘털하다. 그의 형은 스물 몇인가에 죽었다. 그 일이 그를 멜랑콜리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혹은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쓴 산문집에는 형의 이야기가 몇 꼭지 나오고, 여자 이야기는 수십 꼭지에 달한다. 그를 콕 집어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강의할 때는 래디컬 한 반면, 사적인 자리에선 안개에 싸인 듯 몽환적이며 말수가 적다. 그가 홀로 앉아 조용히 썼을 법한 산문집에는 한 여자일 수도 있고..

화농

화농    김정주    덤프트럭이 다가온다. 거대한 몸통이 바닥에 깔린 센서를 밟으며 톨게이트로 진입한다. 덤프트럭이 속도를 늦추더니 부스 앞에서 살짝 경적을 울린다. 윤희는 부스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트럭 기사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더니 한쪽 눈을 찡끗한다. “교대시간은 언제? 이쁘지도 않으면서 이쁜 척. 그만 튕겨.” 윤희는 픽 웃는다. “운전 조심하세요.” 트럭 기사가 상체를 건들대며 선글라스를 내려 쓴다. 트럭 기사는 발권기 삼 단에서 통행권을 뽑더니 휭 가버린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몸체, 심장까지 궁궁 파고드는 소리, 영락없는 재우. 재우를 만난 건 신의 은총일까 장난일까. 덤프트럭의 쇠 덮개 틈에서 푸르르 흙먼지가 날리며 잠시 봄을 가..

관광객 아닌 관광객

거제도에서 산 지 4년이 다 돼 간다.문서상 거제도 주민이긴 한데 정서상 거제도 주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 점은 인정한다. 특히 재래시장에 가면 나는 그저 관광객일 뿐이다.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살 때면 나는 생물인지 해동인지 묻는 버릇이 있다.마트에는 생물과 해동을 정확하게 쓴 라벨이 붙어 있지만 재래시장 좌판엔 싱싱해 보여도 해동일 때가 종종 있어서다. 한 번은 통영 어시장에서 제법 큰 병어가 있어서 생물인지 해동인지 물었다.당차게 생긴 생선가게 여주인은, 당차게도 생물이라고 대답했다.집에 와 구워먹는데 냄새도 살짝 나고 생선살도 보드랍지 않고 단단했다.이런 삽화를 굳이 관광객으로 보느냐 마느냐로 엮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거제나 통영이 관광도시다 보니, 뜨내기 관광객쯤으로 봤을 일을 얘기하는 거..

나의 이야기 2024.12.30

퓰리처상

사진처럼 즉각적이며, 강렬하며, 감각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도 드물 것이다. 『퓰리처상 사진』은 사진의 백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332쪽의 두꺼운 이 책에는 사진/사진기의 발전과 그에 따른 역사적 맥락이 간단명료하게 적혀 있다. 또한 사진기자들의 열정과 애환, 순간의 포착을 위해 생명을 건 스토리도 간략하게, 그러나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재난현장의 사진을 볼 때 충격을 받으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한다. “저 순간에 사진이나 찍고 있었다니” 혹은 “사진 찍을 때 한 사람이라도 구하지” 그러나 ‘다만’ 사진 한 장이 아니다.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로 전송되면 그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예컨대 반전시위를 이끌어 내기도 하고, 인종차별을 규탄하기도 하고, 그로 인..

<<세상을 바꾼 사진>>

사진의 발명은 가히 인간사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은 순간을 정지시킨 생생하고도 확고부동한 증명서다. (사진을 조작하는 기술이 나오기 전에나 통할 얘기지만, 지금도 이 말은 사실이다.)  『세상을 바꾼 사진』엔 그야말로 세기적 혼란기라고 할 수 있는 1900년대 사진이 주를 이룬다. 사진에는 권력과 희생, 노동 착취와 전쟁에 따른 폭력의 이미지가 충격적으로 나온다. 1908년 미국 아동의 노동 현장의 사진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이륙에 관한 사진과 대조적이다. 1910년대로 넘어가면 멕시코 혁명의 사진이, 1915년엔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대학살한 사진이, 1916년엔 독일이 프랑스 베르됭시를 대대적으로 공격한 사진이 실려 있다. 실로 가공할 참사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당시를 증언한다..

합천박물관과 해인사를 다녀오다

비실하던 몸이 봄과 함께 깨어납니다. 거제로 올 때만해도 이러저러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이라기보다 잘 놀고 잘 쓰자는 소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제 3년차가 됩니다. 몸이 부대끼는 날이 많아집니다. 한동안 집에 쿡 박혀있었습니다. 기운을 차리자. 이번엔 기어코 합천 해인사를 가보자. 먼저 합천박물관으로 갑니다. 박물관 입구엔 링과 화살이 놀이로 던져보라고 놓여 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동해 링도 던져보고 화살도 던져봅니다. 링 열 개, 화살 열 개를 던졌지만 단 한 개도 넣지 못했습니다. 제기도 있어 휙 던졌다 발로 차봅니다. 다 꽝입니다. 꽝은 꽝인데 어째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요. 박물관을 나와 위로 올라갑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시대의 다라국 옥전고분군이 보입니다. 이처럼 ..

나의 이야기 2024.04.13

화농

2023년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을 소개합니다. 화농 김정주 덤프트럭이 다가온다. 거대한 몸통이 바닥에 깔린 센서를 밟으며 톨게이트로 진입한다. 덤프트럭이 속도를 늦추더니 부스 앞에서 살짝 경적을 울린다. 윤희는 부스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트럭 기사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더니 한쪽 눈을 찡끗한다. “교대시간은 언제? 이쁘지도 않으면서 이쁜 척. 그만 튕겨.” 윤희는 픽 웃는다. “운전 조심하세요.” 트럭 기사가 상체를 건들대며 선글라스를 내려 쓴다. 트럭 기사는 발권기 삼 단에서 통행권을 뽑더니 휭 가버린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몸체, 심장까지 궁궁 파고드는 소리, 영락없는 재우. 재우를 만난 건 신의 은총일까 장난일까. 덤프트럭의 쇠 덮개 틈에서 푸..

나의 소설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