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조용한 날들의 기록』을 읽다 흠칫 멈춘 문장 하나. “다시 아버지 생각. 아버지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모두가 못다 쓴 편지를 남기는 이들이 아닐까.”-157쪽 “아침에 아버지 생각. 아버지에게도 꿈이 있었을 것이다.”-168쪽 이 문장에서 나는 꼼짝도 못한 채 있기만 한다. 내게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이고, 엄마는 그냥 엄마였을 뿐이다. 실은, 자식에게 모든 걸 제공하는 희생의 공급자라는, 사회적 관념이 다였다. 엄마 아버지를 하나의 개체로 생각하거나, 인간적 욕망이나 희망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시아버지가 생각난다. 시아버진 평생 철도 공무원으로 묵묵히 일하시다 퇴직하신 분이다. 남편에게서 전해들은 말이다. “아버진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