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소설가 2

화농

2023년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을 소개합니다. 화농 김정주 덤프트럭이 다가온다. 거대한 몸통이 바닥에 깔린 센서를 밟으며 톨게이트로 진입한다. 덤프트럭이 속도를 늦추더니 부스 앞에서 살짝 경적을 울린다. 윤희는 부스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트럭 기사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더니 한쪽 눈을 찡끗한다. “교대시간은 언제? 이쁘지도 않으면서 이쁜 척. 그만 튕겨.” 윤희는 픽 웃는다. “운전 조심하세요.” 트럭 기사가 상체를 건들대며 선글라스를 내려 쓴다. 트럭 기사는 발권기 삼 단에서 통행권을 뽑더니 휭 가버린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몸체, 심장까지 궁궁 파고드는 소리, 영락없는 재우. 재우를 만난 건 신의 은총일까 장난일까. 덤프트럭의 쇠 덮개 틈에서 푸..

나의 소설 2024.04.02

<<바다 건너 샌들>>을 펴내며

열한 편의 단편을 모아 책을 낸다. 소설가가 책을 내는 일은, 작가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자 검증이기도 하다. 하나의 문장은 물론 토씨 하나, 쉼표와 줄 간격조차 내러티브에 의미를 표하려는 의도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터다. 대충 넘어간다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고는 소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소설은 치밀하게 직조된 형식이다. 형식은 형식이되 재미와 감동을 동반한 형식이다. 함부로 책을 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바다 건너 샌들』을 냈다. 졸작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겸손의 표현으로 졸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 말처럼 위선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독자 중 누군가, 졸작이라고 말한 작가를 향해 “졸작이라..

나의 소설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