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볼라뇨의 이 소설은 독특하다. 아니, 소설인가? 하는 의아함이 드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소설의 전형성을 전복시킨 소설이다. 마치 어떤 책을 읽고 줄거리를 소개하는 듯하다. 그만큼 간략하며, 객관적이며, 사실적이다. 소설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을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이 소설은 어느 장르에 넣기도 어렵다. 장편소설도 단편소설도 산문도 아니면서, 소설은 소설이다. 그렇다고 소위 ‘손바닥소설’이라고 단정하기엔 미진하다. 각 소설의 분량은 어느 것은 한 페이지, 어느 것은 두어 페이지 정도로 짧다. 그런데 소설의 무게감은 분량과는 다르게 제법 두툼하다. 아마도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더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독자를 속이는 고도의 기법 때문이 아닐까 한다. 등장인물들은 남미 여러 국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