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는? 흐림. 딱 으등크리 우리 아버지 같은 날씨. 우리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대체로 찌부둥한 편이다. 툭하면 태권도 도복 띠처럼 생긴 끈을 이마에 꽉 동이곤 세상의 근심을 쓸어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아버지 저기압이다.”라고 독립선언문을 발표하듯 경고성 발언을 날린다.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에게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라고 한다든지,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대곤 “쉿!” 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언니 둘은 “에그, 으등크리 우리 아버지.”라고 속닥댄다. 짐작컨대, 으등크리라는 말은 충청도 사투리다. 나는 저기압도 싫고 발뒤꿈치도 싫다. 집안 분위기가 납덩어리에 눌린 꼴도 숨이 막힌다. 조용히, 군주의 비위를 맞추는 듯한 행위는 강제노역이 따로 없다. 그때부터였으리라. 나는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