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편의 단편을 모아 책을 낸다. 소설가가 책을 내는 일은, 작가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자 검증이기도 하다. 하나의 문장은 물론 토씨 하나, 쉼표와 줄 간격조차 내러티브에 의미를 표하려는 의도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터다. 대충 넘어간다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고는 소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소설은 치밀하게 직조된 형식이다. 형식은 형식이되 재미와 감동을 동반한 형식이다. 함부로 책을 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바다 건너 샌들』을 냈다. 졸작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겸손의 표현으로 졸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 말처럼 위선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독자 중 누군가, 졸작이라고 말한 작가를 향해 “졸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