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은 ‘오늘의 날씨’를 연상케 한다. 보통은 그렇다. ‘기분’과 ‘날씨’는 어떤 인과관계에 있는지 모르나 내겐 하나의 줄기로 연결된다. 심영의 작가가 쓴 장편소설 『오늘의 기분』은, 김선재 시 「오늘의 기분」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제목은 무척이나 평범하나, 무척이나 평범하지 않다. 평범함 속에 임팩트가 들어 있는, 김선재 작가만의 오롯한 지평이 아닐 수 없다. 이 매력적인 제목 앞에서 내 호기심은 충분히 끓어오른다. 프롤로그의 첫 줄은 “피종수 교수는 그의 연구실 책상에 엎드린 채 숨을 거두었다.”로 시작한다. 서사의 시작은 죽음이다. 어떤 죽음을 말하려는 걸까. 죽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죽은 자는 ‘지식인’의 상징인 교수다. 그것도 연구실 책상에서다. 그러니까 질병도 아니요, 교통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