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시인의 시는 단단하며 부드럽다. 서정성을 흠뻑 뿌리는가 하면,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단호하게 대한다. 그가 말/언어에 대해 쓴 시 두 편은, 말의 소비가 얼마나 허무한지, 때론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지, 혹은 글로 말을 하는 사람들(자신을 포함)이 얼마나 말을 골라서 해야 하는지를 암시한다. 지퍼가 열렸다 해서 몸의 속이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퍼는 열리기 위해 존재하지만 닫혀 있을 때 더 지퍼답다. 지퍼가 자주 열리는 사람은 몸이 성치 않거나 외로운 사람이다. 입은 몸의 지퍼다. 입은 말의 항문이다. 배설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괄약근을 조여라. ==== 위의 시 두 편이 래디컬했다면, 다음의 시는 우회적이다. 귀는 주장하지 않는다 귀는 우리 몸의 가장 겸손한 기관 귀는 거절을 모른다 차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