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가 『페스트』를 발간한 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1947년이다. 카뮈야말로 전쟁의 고통을 겪었고, 그로 인한 인간의 파괴를 여실히 느꼈을 터다. 『페스트』는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그 지역에 퍼지기 시작한 페스트와의 투쟁을 그린 것이나, 1,2차 세계대전이 메타포인 것만은 여실하다. 페스트균에 의해 도시는 폐쇄되고 그에 따른 생이별, 도시에 갇힌 감옥살이, 저항과 무기력의 과정은, 전쟁과 페스트균을 동일 선상에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서술자’라는 호칭으로 전개된다. 어느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정하지 않고 ‘서술자’를 택한 것은, 페스트는 보통의 누구라도 겪을 수 있으며, 겪고 있으며, 누구라도 서술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따라서 ‘서술자’의 입을 통해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