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평론가의 『사소한 부탁』은 사소하지 않다. 사소한 일상을 사소하지 않게, 다른 말로 하면 감동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나로선 이렇게 고마운 책도 있나 감탄한다. 먹기 아까운 음식은 조금씩, 야금야금 먹듯, 이 책이 그렇다. 옆에 끼고 몇 챕터씩 야금야금 읽는 재미가 고소하다 못해 소중하다. 예를 들어, 에 보면, 오리찜은 두 손을 적셔가며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축제의 음식을 먹는 자는 마땅히 두 손을 적셔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우리와 하나 되게 하는 것이며, 우리가 거둔 곡식과 채소, 우리가 잡은 짐승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오리는 내놓고 죽어 우리 손에 있는데 어찌 우리가 옷이 젖는 걸 관계하랴. 어찌 속죄가 없이 행복하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자신이 살해한 생명들과 자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