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형마트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자 옆 칸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곧이어 “엄마! 엄마!” 울부짖는 소리가 난다.
서너 살 먹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우는 게 아니라 울부짖는다.
헌데 어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볼 일을 보고 칸을 나오도록 여자아이의 울부짖음은 계속 된다.
이상한 건 아이가 울부짖는데 어른 목소리를 나지 않는다는 거다.
세면대 앞을 서성이며 아이가 있는 칸을 예의 주시한다.
“엄마! 엄마!” 아이의 울부짖음은 계속 된다.
울부짖음은 거짓말 보태지 않고 화장실이 폭파될 정도다.
별의 별 생각이 스친다.
누가 아이를 감금했나? 저 작은 칸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참을 수 없어 아이가 있는 칸을 똑똑 노크한다. “무슨 일 있어요?”
순간 거짓말처럼 안은 조용해진다.
울던 아이가 그렇게 순간 뚝 그칠 수가 있나? 어른이 있다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잠시 서 있는데, 문이 아주 조금 열린다.
나이 먹은 엄마인지 젊은 할머니인지 모를 여자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고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째려보더니 문을 닫는다.
어쨌거나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어른이 있으니 다행이다.
조금 후에 아이와 젊은 할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칸을 나온다.
여자가 나를 노려보며 대뜸 하는 말이라니. “애가 울 수도 있지...”
나는 좀 어이가 없어 말한다. “그게 아니라 어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아이가 우니까 무슨 일이 있나 해서 그랬어요.”
여자가 연신 나를 째려보며 하는 말은, “무슨 일은 무슨 일!”
여자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계속 중얼대며 대수롭지 않은 일에 무슨 참견이냐는 투다.
여자의 태도가 적잖이 화가 난다. 내 입에서 까칠한 말이 나온다. “아이가 걱정이 돼서 아는 척을 했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요?”
여자 왈, “고맙긴 뭐가 고마워요?”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을 쌩 나간다.
다른 칸에 있던 여자들이 나오며 한 마디씩 한다. “저 애기 엄마 이상하네. 이상한 여자야.” “엄마가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가봐.” “애가 울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등등.
여자와 아이가 나가자 참 이상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죽을 듯이 울던 여자아이는 서너 살이 아니라 족히 여섯 살은 먹은 듯하고, 울었다고는 믿어지지 않게 얼굴이 말짱하다.
습관인가? 저 여자아이가 악을 써가며 우는 건? 그래서 가족은 일상사가 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나?
매스컴에서 떠돌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도 이웃에선 몰랐다는 기사. 그렇게 무관심한 이웃은 간접 질타를 받는다. 또 다른 쪽에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다 구타를 당하거나 오히려 가해자가 되었다는 기사. 일단은 그렇다. 관심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무관심을 요구한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고,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사회가 된 건 사실인 듯하다.
이렇듯 인간관계가 단절되기까지엔 어떤 현상이 있었을까.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오지랖이라고, 나서지 말아야 안전하다고 하는 말은, 진정 가치 있는 말인가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