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순간이라는 존재

유리벙커 2017. 12. 14. 22:17


 

운전을 하다 보면 목적지인 건물을 보고도 주차장을 찾지 못해 도로를 빙빙 돌 때가 있다.

그 날의 목적지는 백화점이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주차장 입구는 알고 있던 터다.

동승자와 말을 나누다 보니 순간 입구를 놓치고야 만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로를 따라 돌자면 제법 가야 한다.

대로를 타며 중간에 빠질 길이 있나 살핀다. 아우~ 골목길이 나타나시네. 우회전을 해 골목길로 들어간다. 상가가 다닥다닥, 보행자도 다닥다닥. 가는지 마는지 모르게 서행하는데 또 백화점 쪽으로 난 골목이 나타나신다. 아우~ 즐거워라. 차를 틀어 골목으로 진입한다. 아싸~ 백화점 건물이 바로 앞에 떡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뭐냐. 백화점 건물 앞엔 대형 펜스가 딱 가로막고, 그 골목은 다시 대로로 돌아가게끔 나 있다. 에이, 좋다 말았네. 결국 대로로 나와 빙~ 돌아 백화점 주차장으로 간다.

동승자가 말한다. “우리 인생도 이런 거 같아. 한 번 놓치면 돌고 돌아야 하는 그런 거.”

순간을 놓쳐 돌고 돌아도 그나마 자리를 찾으면 다행이다.

순간이란, 시간이라고 말하기에도 벅차고 애매한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은, 무엇답게도 재조립을 허가하지 않는다. 다시 돌고 도는 상황이 계속된다 해도, 그것은 또 다른, 즉 새로운 순간일 뿐이다.

갑자기 순간이라는 존재가 신비로워진다. 어느 누구도 해석하거나 정복할 수 없는 순간’. 어디로부터 시작해 어디로 가는지 짐작조차 허용하지 않는 순간’.

순간의 결정, 순간의 판단, 순간의 실수, 순간의 욕구.... 등등의 말은, 순간을 조심히 다루라는 일종의 경고성 멘트다. 이로 볼 때, ‘순간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또 분명하지 않기도 하다. 인간이 없다 해도 순간은 순간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삼라만상 혹은 우주가 없다 해도 순간이라는 존재는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는 무, 라고 말하기에도 어려운 무, 그 무에서 순간이라는 존재는 존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에효~ 점입가경이라더니 점점 어려워진다. 이러니 존재론이 나왔던 거다.

순간아~ 너는 뭐니? 누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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