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막을 만나다

유리벙커 2013. 3. 12. 03:07

우리나라에도 사막이 있었다.

어째서 이제야 알았을까.

대천 바다를 갔다가 우연히 천리포 근처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가게 됐다.

바다와 모래언덕이 맞닿아 있는 곳, 신두사구.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보존된 곳이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금세라도 공룡이 저 모래언덕을 쿵쿵 밟고 올 듯했다.

나는 마셔도 될 만큼 고운 모래를 손에 담았다.

그리곤 조금씩 뿌려가며 모래시계를 만든다고 농을 쳤다.

 

그러나,

사막에 과연 시간이라는 게 있을까.

바람이 많이 불었다.

몹시 추웠다.

사막다웠다.

무엇으로도 치장하지 않는, 치장을 거부하는 사막.

일과 욕망과 타인을 의식하며 살았던 모든 때가

사막을 만나자 사막이 되길 원했다.

가볍게 현기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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