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잡채와 녹두전과 만두일 것이다.
오늘 벼르고 벼른 끝에 만두를 만들기로 한다.
묵은지가 거의 바닥이 난 끝이라 없어지기 전에 한 번 해먹자 싶었다.
우선 만두 속에 넣을 재료를 다듬는다.
돼지고기 간 것은 참기름과 후추와 마늘,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숙주나물은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잘게 썬다.
표고버섯은 가을에 사 둔 마른 표고를 물에 불려 잘게 썬다.
부추는 다듬어 씻은 후 잘게 썬다.
묵은지는 속을 털어낸 다음 잘게 썰고 물기를 지그시 짠다.
(너무 물기 없이 꼭 짜면 맛이 떨어진다.)
두부 역시 지그시 눌러 물기를 짠 후 으깬다.
잡채는 끓는 물에 익힌 다음 잘게 썬다.
위의 재료를 다 함께 섞어 참기름을 넣고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이때 숙주와 부추는 으깨지기 쉬우므로 모든 재료를 섞은 후 맨 나중에 넣는다.)
이렇게 만든 재료를 섞으며 나는 이것이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되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바이올린은 바이올린의 소리를 낼 때 바이올린이 된다.
피아노 역시 피아노 소리를 낼 때 피아노가 된다.
그러나 바이올린, 피아노, 심벌즈.... 이러한 악기들이 모여 음을 낼 때는
또 다른 멋진 음이 탄생한다.
오케스트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음 말이다.
그것은 화합과 조화라는, 씨줄과 날줄의 현이 엮어내는 개성의 화음이다.
만두 역시 그렇다.
돼지고기는 돼지고기대로, 묵은지는 묵은지대로,
재료 하나하나는 개성 있는 맛과 영양, 모양을 가지고 독자적인 존재로 있지만
그것들이 함께 섞이면 개성은 죽을지 몰라도 또 하나의 개성이 나온다.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만두라는, 개성 있는 음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한 재료를 가족이 둘러 앉아 빚을 때,
나는 이러한 시간과 손길이야말로 멋진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만두피에 속을 넣고, 만두피 입술에 물을 묻혀 아물리면서
우리는 있었던 일과 있을 일에 대해 정겨운 대화를 나눈다.
이보다 더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어디 있을까.
좀 더 멋진 것, 좀 더 알찬 것, 좀 더 가치 있는 것, 그런 것들을 향해
줄달음치던 눈길은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리고 질문한다.
‘개성’, 그리고 ‘좀 더 나은 것’에 묶여 있던 내 모습은
만두라는 '화합의 개성'이 빚어낸 오케스트라의 가치보다 가치가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