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설/독서감상문

철학의 밀어

유리벙커 2012. 4. 3. 15:45

저자(조광제)로부터 막 나온 책을 선물 받았다.

『철학 라이더를 위한 개념어 사전』

 

흔히, 철학이라는 용어만 들어도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은 어마어마한 게 아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철학은 우리 생활에 전면적으로 깔린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을, 철학은 조목조목 개념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즉,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무슨 말인가를 한다.

이때 그것이 바로 철학 개념이라는 걸 철학을 공부해보면 안다.

 

 

모 철학자가 처음 철학을 접한 여고생에게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철학자가 무슨 말을 했는가 외우는 건 중요하지 않아. 그 철학자가 왜 그렇다고 말했을까? 그것 말고 다르게 볼 순 없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는 훈련부터 하는 게 좋아.”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철학은 의심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A는 B라고 알았던 게 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른 얘기지만, 이런 점에서 나는 그 어떤 철학자보다 니체를 좋아한다. 일종의 의식을 반란시키고 혁명하는 것이기에 반할 수밖에 없다.

철학 역시 그렇다. 내가 철석같이 믿었던 혹은 알았던 사실 속엔 다른 게 들어있다. 사실을 뒤집어 볼 수 있는 원인 내지 본질이 바로 그것이다. “철학은 항상 숨겨져 있는 본질을 찾는 사유의 훈련”(232쪽)라고 말한 저자의 말이야말로 철학이 무엇인지 대변한다.

 

 

이 책은 철학의 기본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왜 우리가 철학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안내가 들어있다. 짧게 구성한 챕터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에센스가 농축되어 있어,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미덕이 깔려있다. 다만,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으면 다음 챕터에서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잠시 몇 대목을 인용해본다.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근원적으로 여길 때 거기에는 과거와 미래의 삶 역시 모두 들어있다. 지금 여기는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가 없는 절대적인 삶의 한계다. (중략) ‘지금 여기의 항존’을 정확하게 깨닫고 거기에서부터 삶을 기획하고 실천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는 현존의 근본 형식이다. 그렇기에 현존이야말로 삶을 근본적으로 설립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77쪽.

 

“사르트르는 인간이면 누구나 근본적으로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다고 설파했다.” 89쪽.

 

“인생이란 한편으로는 틈이 없는 상황을 찾아 안정을 취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틈이 제공되는 상황을 찾아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함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206쪽.

 

“예컨대 한미 FTA의 경우 양국의 무역 관계에서 어느 쪽이 더 이득을 보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두 나라의 시장, 특히 서비스 시장이 하나로 크게 통일될 때 강력한 자본력을 앞세운 나라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자본력이 약한 나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잠식해 들어와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중략) 한미 FTA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문화와 생활양식의 투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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