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난리다.
가지마다 자신의 색과 모양을 매다느라 무지 바쁘다.
근데 말이다, 난 말이다, 덩어리덩어리 뭉텅뭉텅 핀 꽃의 다발을 보면
어쩐지 아귀아귀 피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지에 어울리게 적당히 핀 게 아니라 ‘무조건’ 피고보자는 식 같은 게 인간의 탐욕과 닮아 보인다.
꽃은 피기만 하면 예쁘다?
꽃이니까 아무렇게나 피어도 예쁘다?
아니, 아니, 꽃도 자존심 있게 피어야 예쁘다.
절제도 없고 여백도 없이 피는 건 자존심을 저버리고 일이다.
풍만한 육체만 믿고 몸으로 들이미는 여자와 같아선 꽃이 되지 못한다.
가지에 틈 하나 남겨놓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꽃을 보노라면
예쁘다기보다 “징그러~” “꽃이 참 천하게도 피었다” 뭐 그런 말이 툭 튀어나온다.
꽃들은 사람들의 환호에 속는다.
예쁘다고 하니까 속전속결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보여주려 한다.
꽃은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그런 꽃으로 피어야 꽃이 된다.
산이고 들에 이름 없이 핀 꽃,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걸로 고귀함을 드러낸다.
정원이나 가로수에 핀 꽃,
겨우내 닫혀있던 눈을 열어주며 사랑스러움을 토해낸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화나 글, 몸짓은 ‘내’가 가진 것을 상대에게 전하는 방식이다.
뭉텅뭉텅 피는 걸로 사람의 시선을 잡아보겠다는 꽃처럼
‘나’를 알아달라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털어내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은 남겨두기.
꽃이고 사람이고 너무 급하게, 너무 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주려 들면
자신도 모르게 격이 떨어진다.
상대와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절제 있는 언어나 행동은 미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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