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이란 시간을 약속 한다는 뜻이다.
즉, 시간을 지키라는 뜻이 들어있다.
그런데 몇몇 사람은 약속 시간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특히 여럿이 만나거나 집에서 만나는 경우에 더 그렇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누군가를 만나는 첫 단추는 약속 시간에 있다.
그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켰을 때에야 그 다음 단추를 끼울 수 있다.
첫 단추부터 맞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 자연히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왜 만나는가.
불쾌해지고 싶어 만나는가.
만남이란(그게 비즈니스가 됐건 사적인 것이든) 좋자고 만난다는 조건이 알게 모르게 들어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그 조건이 무산되고 만다.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 둘은 제 시간에 나왔는데 한 친구는 우리가 만나고 있을 그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뻔히 알면서도 늦게 출발했다는 얘기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약속은 지키라는 게 약속이지 어기라는 게 약속이 아니다 라는 말을 빗대지 않아도,
이건 경우가 아니다.
그 친구, 자기 맘에 안 내키면 약속을 해놓고도 기분이 안 좋아 안 나가겠다고 한 적이 있다.
집으로 가겠다고 하고선 연락 한 통 없이 저녁때까지 오지 않은 때도 있다.
이건 개성도 기질도 뭣도 아닌, 무례함이다.
친구라고 믿겠거니 하고 약속 시간 따윈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미래를 도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금전 거래를 하지 말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신뢰가 없는 사람과는 그 무엇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당연하다.
약속 시간이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그 어떤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까.
약속 시간을 한 번도 어기지 않을 수는 없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거나 아프거나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어길 수는 있다.
그것은 얼마든지 이해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자기 기분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번번이 늦는 사람이 있다.
그런 자세는 나쁜, 아주 나쁜 습관일 뿐이다.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은 할 일이 없어서 기다리는 게 아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남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자 관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다.
중학교 때부터 절친으로 지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나는 단 한 번도 약속 시간 때문에 불쾌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통화를 하는 도중 다른 전화가 오면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후 새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한 사람과 통화가 길어질 듯하면 다시 친구에게 알린다.
통화가 길어질 것 같으니 한 시간 후쯤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다못해 약속 시간에 2,3분만 늦게 도착할 듯해도 2,3분 늦어질 것 같다고 알린다.
장담하건데,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런 부분까지 챙겨주기 때문에 우리의 절친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다.
배려 받길 원한다?
그럼 약속 시간부터 지켜라.
공적인 모임이든 사적인 모임이든, 약속 시간을 지키거나 어기는 것은 본인의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