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토잉카와 두 개의 옆문>에 관한 뒷이야기

유리벙커 2016. 4. 22. 01:16




2014년 2월 5일.

취재 차 간 비행단은 한겨울보다 추웠다.

공군을 소재로 소설을 쓰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공군본부에선 내가 취재해야 할 비행단에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고,

나는 행여 글을 쓰지 못할까 조바심이 났다.

왜 안 그럴까.

군대의 기억자도 모르는 내가, 군대를 소재로 글을,

그것도 장편소설을 쓰겠다고 덤볐으니 마음의 부담은 당연했다.

우선, 공군 비행단을 취재하기 전,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내 사고였다.

그것은 육군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육군은 군대를 대표하는 상징이었고,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겐 군대 하면 육군이었다.

그러나 공군은 육군과는 아주 달랐다.

행정체계는 물론 운영체계도 육군과는 판이했다.

육군을 밑그림으로 했던 사고를 빨리 전환해야 했다.

그렇게 마인드를 바꾸고 나서 비행단 취재로 들어갔다.

취재를 하는 내내 걱정이 들었다. 군대 생활이라는 것, 군인들의 동선, 그것은 너무나 빤했다.

이렇게 빤한 생활과 동선을 어떤 식으로 엮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소설엔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무슨 수로 이 빤한 생활에 변화를 주며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그게 문제였다.

물론 취재 전에 구상은 했지만, 군인들의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부대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빤한 일과와 동선이라는 한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었다.



내 취재는 비행단 홍보부에서 맡았다.

홍보부 중위가 나를 에스코트해서 비행단 여기저기를 보여주었다.

격납고며 활주로, 비상대기실, 장구실, 운항관제대, 그리고 조종사와 병사들과의 미팅도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취재를 마친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전투기 기동 장면이었다.

이 부분은 여러 조종사를 만나 취재를 하고, 글을 쓰고, 미흡한 부분은 다시 고치고,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조종사에게 첨삭을 받아가며 완성했다.



소설을 쓴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힘든 취재를 하긴 처음이었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와의 미팅은 정말 힘들었다.

조종사들은 스케줄이 빡빡해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나로선 만사를 제쳐놓고 조종사와의 미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조종사들이 쓰는 전문용어도 알아야했고, 그들의 생활과 감정도 알아야 했다.

참으로 어렵고도 긴 여정이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토잉카와 두 개의 옆문』이 나왔다.

뿌듯하다.

나 자신을 통과했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쓰게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는 <작가의 말>로 대신한다.



<작가의 말>

낯선 세계를 기웃댔다.

두려움과 설렘이 미묘하게 운동했다.

처음 접해보는 그들만의 언어와 환경과 사고,

과연 글로 풀어낼 수 있을지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이 소설은 그렇게 문을 열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것들이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낯설기만 한 것.

그래서 할 수 있다는 건 자연의 신비라고 해두자.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할 수 있게 끌어준 이들이 있다.

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 한상균 대령의 권유가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한 대령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비행단 홍보과 유승진 중위는 취재 때마다 친절하고도 순발력 있게 나서 주었다.

전투기 조종사인 이성은 중령은 빡빡한 스케줄에도 비행 기동 장면을 희생적으로 도와주었다.

그 외에도 여러 전․현역 전투기 조종사들과 공군 관계자들이 묵묵히 힘을 보탰다.

나 자신을 뛰어넘고자 했던 욕망도 한몫했다.



취재와 글을 쓰는 내내 고마움이 무엇인지 배웠다. 

그들/그것들과 악수를 한 셈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도 낯선 세계와의 악수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도 선뜻 책을 펴주신 케포이북스 사장님,

원고를 정리해 준 편집자 여러분에게 무한 고마움을 전한다.

                                                                                         2016년 3월 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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