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기 대통령 선거는 촛불민심이 일궈낸 결과다. 그만큼 민주화가 되었다는 뜻이자 민심이 살아있다는 의미다. 선거철만 되면 솔직히 회의를 느낀다. 상대를 열심히 내거티브하다 슬그머니 상대 후보 진영에 들어가는 걸 보면, ‘국민’을 앞세운 권력욕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다섯의 후보자가 그러한 더러운 통합을 하지 않고 완주를 했다. 나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보수든 진보든 미래의 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페이스북에 보면 대선 후보자에 대한 열기가 과도하게 넘친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열거하는데, 네 명의 후보자는 이러저러하게 나쁘지만, 뽑아야 할 후보자에게는 털끝만한 단점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 또 누구는 좌빨이니 전쟁이니 구태의연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다 좋다. 그러나 정치/정치인은 절대 고결하지 않다. 고결하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정치인의 인품 혹은 인격이 바로 서 있어야 하는 점은 당연하지만, 정치인도 사람인 바, 잘못된 과거나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허물의 정도가 도를 넘는지 아닌지는 따져야 한다. 나는 그 점을 감안하고, 후보자가 얼마나 큰 그룻인가를 따진다. 다섯의 후보자가 토론을 할 때, 긍정적으로 봤던 후보자가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 굵직굵직한 국정을 다룰 사람이 자신에게 네거티브했다고 얼굴색이 달라지면 그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그런 자세로 누구의 말을 귀담아 들을 것이며, 외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오늘 투표에서 나는 문재인을 뽑았다. 그 이유는 하나다. 국정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이 다섯 후보 중 제일 낫다는 판단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자주적 외교다. 사드 배치 문제나 독도 문제를, 자국을 빼고 다른 나라(미국, 중국, 일본)끼리 짬짬이 하는 게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자국민으로서의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들이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외교를 단순 외교로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교육을 외교가 좌지우지한다고 본다. 한미 FTA나 사드 배치, 외국의(그리고 외국에) 투자 문제도 경제와 직결되어 있다. 그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우리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뿐인가. 국방의 문제는 말도 못하게 크다. 미국은 북한을 자극해서 우리에게 무기를 팔고, 군비 경쟁을 부추긴다. 무기 경쟁 체제로 도입하게 되면(이미 도입했는지도 모른다) 끝이 없다. 국민의 불안과 호주머니가 털리는 것은 나라가 거덜이 난다는 뜻이다.
자, 지금 이 시간(2017년 5월 9일 11시 5분), 문재인이 유력한 대통령이라고 나온다. 내가 선택한 대통령이지만 기쁘기만 한 건 아니다. 지금의 이 험난한 과제를 과연 문재인과 그의 참모들이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어쨌든 잘 되길 바란다. 다시는 촛불 광장이 되는 일이 없기를, 세월호의 참혹한 과오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제발 그놈의 좌우 색깔론이 더는 설 땅이 없길 원한다. 좌우 색깔론처럼 천박하고 야비한 작태는 없다. 좌우 색깔론은 분열이다. 북한이 없으면 우리나라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아주 비열하고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이제 그 밑바닥을 보이는 생각 좀 멈추었으면 한다. 성숙한 국민에게서 성숙한 정치가 나온다. 국민은 네거티브에 속지 않고 가짜뉴스를 콧방귀 끼고 있는데, 오히려 정치인들은 구태 정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일이면 새 대통령이 나온다. 국민의 뜻이다. 새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말 그대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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