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터넷의 명암

유리벙커 2017. 5. 12. 14:07


페이스북 초창기 때, 어떠한 이유로 가입을 했고, 어떠한 이유로 탈퇴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20174월에, 어떠한 이유로 다시 가입을 했고 몇 자의 글을 올린다.

처음 가입했을 때와는 환경이 바뀌긴 했다. 일단 스마트폰 앱으로 가입한 것이고, 내가 올린 글도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서 잠시 겪는 혼란이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친구 신청이 많이도 올라온다.

신청한 사람들을 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왜 이럴까. 한참을 생각하니 전체 공개를 했던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글을 올리며 전체 공개인지 친구 공개인지를 찾는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만다.

 

나는 사실 번거로운 걸 질색한다. 동창들 단톡방도 마지못해 들어가 몇 자 올리다 양해를 구하고 나가기를 해버렸다. 6~7명이 하는 톡방에서도 양해를 구하고 나가기를 했다. 일단은 신경이 분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 댓글을 달지 않는다 해도, 폰을 잡으면 자연히 단톡방에 떠 있는 숫자로 눈이 가고 나도 모르게 열게 된다. 누가 이런 말을, 누가 저런 소식과 사진을 올리는 걸 보면, 나름 느끼는 바가 있긴 한데 그러한 사소한 느낌들마저 글쓰기 작업에 방해가 된다.

그런데 이젠 폰을 잡으면 페북에 떠 있는 숫자로 눈이 간다.

페북은 블로그나 카톡과는 다른 인터넷 망이다. 좀 더 확장된 세계인데, 그곳에서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어느 땐 여러 사람의 생각과 생활을 보면서, 그동안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이런 생각도 어른댄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할까. 외로운가? 공감을 얻을 대상이 필요한가? 아니면 팔로워 숫자를 올리고 싶어서인가?

 

아무튼 페북을 통해 이러저러하게 사는 모습들을 본다. 다들 열심이다. 배울 점도 많다. 지양하거나 버려야 할 점도 자연히 알게 된다.

문제는 중독성이다.

발목만 담그려던 것이 어느 새 목까지 담게 되는데, 정작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간 후다. 자신의 모든 것, 생활의 전부를, 그 가치를, 인터넷 망에 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짚고 넘어갈 일이다. 혹시 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타인들이 가 되어 나를 점령하고 있지는 않은지, 종종 돌아보고 두려움도 가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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