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화가 초대전.
당진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에서 있었다.
그녀는 서울과 당진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녀는 오롯이 그녀만의 목소리를 낸다.
‘모서리’에 관한 이미지 잡기.
예전에 그녀와 왜 모서리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와 내가 공통으로 나온 얘기는 아웃사이더였다.
아마도 모서리/모퉁이는 아웃사이더들의 자리인 듯하다.
그 길을 돌아 나가려는 외로운 자들의 뒷모습.
그녀는 투병 중이다.
그럼에도 그림을 놓지 않는다.
내가 글을 놓지 못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고독한 열정이리라.
나는 그림을 보며 말한다.
“작업 내내 얼마나 많이 이 그림들과 이야기를 했을까요....”
그녀는 예의 그 특유의 미소를 지을 뿐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전시실은 우체국이었던 자리를 개조한 것으로, 딱 그녀의 이미지와 맞는다.
내게도 무척이나 다정하게 다가오는 곳이기도 하다.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비단 그녀와 나만의 것은 아니리라.
흘러갔지만 가슴에 박힌 설움처럼,
우리는 우리를 길러주었던 옛것에 마음을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녀와 나는 전시실을 나와 읍내를 산책한다.
술 빚는 집, 기름을 짜고 떡을 만드는 방앗간, ‘오래된 미래’라는 책방,
폐교가 된 초등학교, 늙어버린 나무들, 봄이 깃든 바람과 해.
그녀와 나는 한껏 봄을 들이며, 주로 그간의 일들, 공부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녀에게 참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
자기 세계가 뚜렷한데 어떻게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지.
내가 그 말을 하자 그녀는 깔깔 웃기만 한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녀가 아직도 싱글이라 좋고,
말소리가 조용해서 좋고, 불의를 싫어해서 좋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마르지 않아서 좋다.
그녀가 담긴 그림은, 역시 그녀 이은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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