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설/독서감상문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유리벙커 2023. 5. 31. 13:24

이 단편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에 수록되어 있다.

1860년 대 배경으로, 당시엔 집에서 출산하는 게 적절하다고 여긴 시절이다. 병원에서 출산하는 건 오십 년 정도 시대를 앞선 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나 할 수 있다.

로저 버튼 부부는 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모두를 경악케 한 기이한 모습이다. 버튼 씨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칠십 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외양도 그렇지만 태어나자마자 말도 한다. 병원 관계자들은 한시바삐 저 기괴한 생물체를 병원에서 내보내고자 한다.

그때부터 버튼 씨는 곤경에 처한다. 당장 퇴원을 해야 하는데 배내옷이 아니라 양복을 준비해야 한다. 버튼 씨는 허둥지둥 양복을 맞춰 아들에게 입힌 후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노인 아들 벤저민 버튼은 유치원도 다니고 학교도 다닌다. 그럴 때마다 좌충우돌 부딪치는 일들이 다반사이지만, 보통 사람처럼 연애 감정도 느낀다.

나이가 청년쯤에 이르자 벤저민은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는다. 그때를 정점으로 벤저민의 외모는 변하기 시작한다. 노인이었지만 점점 어린애 쪽으로 간다. 그럼에도 벤저민은 재입대가 하고 싶다. “최소 열여섯 살은 되어야 하는데 그는 그 나이도 안 되어 보였다. 실제 나이 쉰일곱 살 역시 불합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38

그러던 중 미국 정부에서 편지가 온다. “미국-스페인 전쟁에 참전했던 예비군들이 진급되었으며 그 역시 미군 준장으로 당장 복귀하라는 내용의 명령문이었다.”-38

벤저민은 재입대하지만 어린애로 보여 쫓겨난다.

그 후 벤저민은 손자가 1학년으로 올라갈 때 유치원에 다닌다.

그렇게 벤저민은 아기 침대에 누워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의 발상은 굉장한 놀라움이자 인간에 대한 모럴 혹은 삶의 방식을 되짚어 보게 한다. 시간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살 수 있나? 의심할 여지없는 인간의 보편성을 뒤집는 일은 가능한가? 합당한가?

여기서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터다.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레고르 잠자는 거대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을 본다. 이 사건 역시 벤저민의 기이한 출생처럼 시간의 역류 상태다. 가족들의 반응도 벤저민이 태어났을 때의 혐오감과 다르지 않다. 기피해야 할 공포의 대상은말 그대로 '사건'이자 일상의 파괴일 뿐이다.

 

우리는 두 소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혐오의 대상 말고, 인간적인 애정을 줄 수 있을까? 이 두 소설은 인간의 한계를 유심히,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인간 존재는 우리가 알 듯이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벤저민처럼, 그레고르 잠자처럼, 얼마든지 변태 가능한 존재라는 걸, 문학으로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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