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엄마가 좋아

유리벙커 2011. 7. 2. 13:18

 

 몇 해 전, 꼭 내 주먹 만한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왔다.

진돗개란다.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답싹 안았다.

그런데 이 강아지, 끼잉~ 끼잉~ 하며 작은 소리로 운다.

왜 그럴까?

지금 생각하면 낯선 집이 무서워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강아지가 너무나 가여워 우유부터 챙겼다.

우유를 작은 그릇에 부어 강아지 코앞에 들이밀었다.

이 강아지, 우유를 보기만 할 뿐 먹지를 않는다.

why?

why? why? why?.........

배가 고플 것 같은데 밤이 되도록 우유를 먹지 않는다.

그렇게 근심스럽게 밤을 보내고야 말았다.

다음 날, 다시 우유를 따라 강아지 코앞에 들이밀었다.

그제야 강아지는 혀를 조금 내밀더니 우유를 핥았다.

그렇게 조심스레 조금씩 우유를 먹었다.

나중에 안 것은 이 강아지, 엄마 젖을 떼기도 전에 우리집에 왔던 거다.

그러니 젖을 빨 줄만 알았지 뭔가를 핥아 먹을 줄은 몰랐던 것. 

아, 너무 잔인했다.  

 

 저 얼굴을 보라, 아직 솜털도 벗지 않아 콧잔등이며 얼굴은 분홍이고

하얀 속눈썹엔 애처러움과 그리움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저 아기, 혹시 엄마 냄새를 찾는 건 아닐까. 내 실내화 사이즈는 255mm, 강아지의 크기가 비교된다.

 

세상 모르고 자는 저 핏덩이, 젖 빠는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진돗개는 하루가 다르게 크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키우기엔 적당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정은 자꾸 드는데 앞으로의 일이 영 감당할 자신이 없다.  

더 정 들기 전에 왔던 데로 다시 보내기로 결정한다.

 

남편이 출근 길에 강아지를 안고 나간다.

강아지를 주었던 거래처 공장에다 다시 주기 위해서다.

남편이 퇴근해 집에 왔다.

나는 강아지 얘기부터 묻는다. 

펠로를 (잠시지만 펠로라고 이름지었었다) 일단 회사 물류센터 마당에다 풀어놓았단다.

물류센터엔 이미 다른 개와 새끼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펠로를 보자 으르렁 대며 할퀴려고 했단다.

그래서 얼른 안아 사무실에다 놓고 다시 거래처 공장을 찾았단다.

남편이 펠로를 안고 거래처 공장에 갔을 때

저 멀리서부터 펠로의 어미가 남편을 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단다.

자기 새끼가 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남편이 펠로를 어미에게 주자 펠로는 미친 듯이 어미 품을 찾아 젖부터 빨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펠로의 어미는 젖을 빨리며 펠로의 온몸을 이리 핥고 저리 핥았단다.

 

마음이 찡~ 하고 코끝이 아렸다.

사람만이 천륜을 가진 게 아닌데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람으로 치면 탯줄도 마르지 않은 핏덩이를

아무한테나 덜컥 주고 덜컥 받는다. 개니까, 사람이 아니고 개라는 이유만으로.

 

공장주도 펠로와 어미의 하는 양을 보더니 앞으로 잘 키우겠다고,

떼어놓는 일 없이 잘 키우겠다고 말했단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러나 나는 종종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해 둔 펠로 사진을 꺼내본다.

펠로는 나와 잠시 인연을 맺었지만 마음 속으론 오래 인연을 맺은 사이다.

지금쯤 새끼 몇 배를 낳았을 펠로, 언젠가 시간이 나면 그 공장엘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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