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말은 말 그 자체로는 존재할 수 없다.
발화자가 있어야 말이 된다는 건 상식이다.
발화자가 있으면 수신자가 있어야 한다.
수신자도 없이 하는 말을 우리는 혼잣말 또는 독백, 방백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혼잣말이나 독백, 방백은 제대로 된 말하기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말은 근본적으로 소통을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내가 블로그를 만든 건 사실 그 누구와의 소통을 원해서는 아니다.
나만의 생각을 내게 전하기 위한 일종의 혼잣말이다.
그럴 정도로 이기적이거나 폐쇄된 인간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쩌면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누가 알지도 못하는 내 블로그에 들어올까 싶어서,
누가 내 글에 댓글을 달까 싶어서, 대충 그런 소심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내 블로그에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잊기 전에 기록해두자는 소박한 의미가 전부다.
그 의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명세를 떨치는 블로거가 부러운 것도 아니고
(솔직히 그런 사람에게 번거로움마저 느낀다.)
방문객이 많거나 댓글의 수가 많은 블로그를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자주 내 블로그에 들어가 방문객 수나 유입키워드를 본다.
별다른 뜻은 없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들어오다니 참 신기하구나 할 뿐이다.
나도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자주 방문한다.
아는 사람의 블로그는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다 보니
검색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정보도 많아서이다.
내가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지인들에게 절대로 내 블로그에 들어와 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것.
지인들 중엔 자기 블로그에 들어와 보라고 주소를 적어주는가 하면,
들어와 댓글 좀 달아달라고 통사정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담을 느낀다.
나도 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부탁 아닌 부탁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처럼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아예 블로그를 개설하지 않았지만
마음 혹은 머릿속에 든 얘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저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써두자는 생각에 개설하긴 했지만 혼자 노는 것에 불과하다.
내겐 소설이 있다.
그러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는 소설과는 다르다.
그러한 이야기는 일기처럼 나를 기록한다.
지금보다 더 먼 훗날, 나는 지나간 내 이야기를 들춰보며
그때는 이랬구나,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면서
회상에 젖어들지도 모른다. 뭐 괜찮은 일이다.
다만, 소통을 근거에 둔 말이 아니라
혼잣말 혹은 방백에 가까운 말이라는 게 약간은 아쉽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 자신과의 소통이었으니 크게 부족감을 느끼진 않는다.
블로그.
낯설기만 했던 이 장이 이젠 익숙해져 간다.
내가 모르는 이름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것에도 반가움을 느낀다.
유입키워드를 보면 방문객도 나처럼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들렀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쓰자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소통이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잠시 만나는 그런 인연의 하나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