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막 나온 선생님의 따끈따끈한 시집을 받았습니다.
『구름의 이동속도』
제목을 읽는 순간 구름은 어떤 이동 속도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봤답니다.
속도하면, 시속과 음속을 넘나드는 빠름부터 떠오르는데
구름은 아예 그런 속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도에도 없는 구름의 속도.
그 속엔 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책을 펼쳐 ‘시인의 말’을 읽었습니다.
구름의 속도는 바로 선생님이 살아온 속도를 말하는 거였더군요.
몇 시간 만에 선생님의 근저를 샅샅이 읽어버렸습니다.
선생님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전부 다.
‘영원한 집/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곰국 같은 정,
몇몇 사랑에 대한 추억,
오늘도 애틋하게 선생님 주변에 어른거릴 추억들...
그 중 하나를 옮겨봅니다.
여자 Y
아주 드물게 나로선 뻥까지 쳐가며
희망찬 미래를 말하는데
그게 바로 고생이야, 그래서 반대하는 거라고
야박한 어미를 가졌던 이
마지막 만나던 날, 시골 형님 집으로 도망가자 했더니
이제사 왜 그런 얘길 하냐 울고
그럼 너한테 아무 책임 없어
그러다 귀싸대기 한 대 얻어맞고.
.....................
흐미한 등불 밑에
살아가는 일의 곡절이 있어
때로 잠 못 이루는 밤과
때로 느꺼이 잠드는 밤이 번갈아 찾아왔었다
자주는 오지 마라, 곡절이여.
깊이 사랑하지 못한 세상과 사람
미안하단 말일랑 하지 말라고
고맙지 않느냐고 가슴 펼 일 좀 하라고
떠난 사람은 내 귓가에 그렇게 남아 있다
산새가 털고 간 나뭇가지 끝에서 눈이 날린다
선생님의 시를 읽는 내내 빙긋거리는 웃음이 자주 입가에 머물렀댔습니다.
세상에 대한 따끔한 지적까지 온화하게 에두르는 솜씨는
표4에 쓴 박형준 시인의 말처럼 “무심한데 아프다”
“무심한 듯 나직나직한 목소리”였습니다.
이때, 오글거리는 말 하나 해도 될까요.
선생님의 시를 다 읽고 덮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치미는 겁니다.
시인은 참 멋있구나,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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