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람값과 집값

유리벙커 2011. 6. 6. 00:16

 

사람값과 집값을 비교해본다.

누가 더 값이 나갈까?

 

이처럼 말이 안 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은,

요즘의 집값은 사람값을 웃돌기 때문이다.

집도 집 나름이겠지만, 서울의 아파트 값은 신도 놀라 인증셧을 누를 만하다.

이런 말은 과연, 심하다?

심하다.

심하지 않으면 말이 안 나오는 이 현실에 도무지 할 말이 없다.    

 

인터넷으로 집값을 알아본다.

널널하던 내 의식에 촛불이 켜지는가 싶더니 이내 랜터으로 바뀐다.

그것도 잠시, 휘발유에 라이터를 던지는 꼴이 된다. 

도대체 이게... 이게... 말이 안 나온다.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 집이 산다.   

1억으론 반반한 전세는커녕 빌라 지하도 버겁다.

1억,

그게 돈인가?

단언컨대, 1억은 돈이 아니다.

1억이 돈이 아니라 세상의 전부보다 더 컸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때의 1억은 돈이 아니었다.

어머어마한 어떤 것의 이미지, 그게 1억의 의미였다.

지금의 1억은 돈의 구실을 하지 못해 돈이 아니다.

세상이 거꾸로 가도 유만부동이지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문득, 재작년 부동산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청년이 기운이 빠진 모습으로 부동산엘 들어왔다.

그는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들일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세 오천짜리 없나요?" 

그 청년은 신혼집을 구하고 있는 듯했다.

청년이 구하러 온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로, 

주로 14명, 17평, 19평... 그런 작은 평수가 있는 곳이다.

외양은 허술하고 내부는 물이 새고 2,3년 후엔 헐리게 되어 있다.

아마도 재건축 아파트니 싼 게 있을까 해서 알아보러 온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집값을 알아보는 지금의 내 눈엔 그때의 청년이 어른거린다.

살 집이 없어 결혼을 미루거나 못 하고 있다는 얘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한창 나이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 나이에,

누가 멀쩡한 청년을 죄인처럼 만들었을까.

미친 세상이라고 욕을 해도 해결책은 없다.

집값이 사람값을 웃돌고, 집값이 사람값을 농락하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분노는 그저 허망한 울림일 뿐이다.

 

판교에 입주한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분양금 6억에 입주했는데 지금은 1년도 채 안 됐는데 11억이 됐어."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는 또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말이 그렇다. 

"전세 5억에 들어왔는데 2억을 올려달랍니다."

집값은 집값이 아니다.

돈도 아니다.

신도 고개 조아릴 무한한 가치이며 무적의 힘이다.

누가, 감히 사람값을 집값에 대하냐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바보다. 

계산기로 뽑아 낼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면,

지금의 집값 역시 그렇다.

대한민국, 서울의 집값은 행정구역만 살짝 바뀌어도

즉, 수도권과 서울이라는, 지도상의 라인 바로 그 선을 사이에 두고

가격이 다르게 나온다.

그것도 엄청 다르게 나온다.

이래서 "살기 좋은 우리나라"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살기 좋다면 굳이 살기 좋은... 어쩌구 하는 말이 필요없을 테니.

 

결국은 이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값과 집값은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

비교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

이러한 교훈 아닌 교훈을 새기고 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자본주의는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는데

모든 사람이 그 팽창에 따를 능력은 없을 것이니. 

 

20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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