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페이스북이 뭥미?

유리벙커 2011. 6. 6. 17:41

  소식이 뜸하던 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페이스북에 가입하라는 내용의 제목이었다. 

페이스북? 그게 뭐지?

듣긴 했지만 관심이 없었고 나와는 무관한 다른 세계이려니 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나를 노크한 것이다.

일단, 클릭.

헌데 이건 익숙했던 세계와는 전혀 달랐다. 

여러 사람의 사진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들 사진도 있었다.

그것도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칸에 사진이 주루룩 떠 있었다. 

사진을 보니 내가 아는 사람도 몇 있었고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아는 사람은 내가 적을 둔 모임에 있는 분들이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름도 낯익고 사진도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설마......

설마가 역시나.

낯익은 그 아가씨는 친구의 딸.

어째서 저 딸내미가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의 칸에 있단 말이지? 

난 그 딸내미의 전화번호도, 이메일 주소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어떤 정보에 의해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에 올라와 있단 말인가.

혼란스런 마음을 안고 페이스북에 초청한 지인에게 댓글을 달았다.

장난스런 말로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의례적인 말 몇 마디가 전부.

페이스북의 운영체제를 모르니 그럴 수밖에.

그러길 잘했다.

나중에 일고 보니 누구든 다 보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가입하자마자 모르는 외국인으로부터 친구 요청이 들어왔다.

이건 또 뭥미?

영어라곤 까막눈인 내가 대체 무슨 친구가 될 수 있담.

헌데 '친구하기' 옆엔 '무시하기'라는 칸도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친구하기가 싫으면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일단, 페이스북에서 나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자꾸만 페이스북에 신경이 쓰였다.  

다시 들어갔다.

외국인의 친구 요청은 여전히 올라와 있었다.

대체 이걸 어쩌란 말인지. 난감, 난감.

내딴엔, 친구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까지고 '무시하기'로 있을 수는 없을 듯했다. 

그러다 그 외국인 사진을 클릭해 보고 또 뭔가를 꾹꾹 누르는 과정에서 '좋아요'라는 걸 눌렀다.

그게 친구하기에 예스를 해버린 게 됐다.

아, 어쩌지?

영어 까막이가 무슨 수로 대화를?

취소할 방법을 찾아 페이스북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댓글 단 것도 신경이 쓰여 취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방법은 쉽지 않았다. 아니, 몰랐다. (지금은 알게 됐지만.)

결국 포기.

이렇게 페이스북이라는 낯선 사이버 공간을 돌아다녔다. 지쳤다. 정말 지쳤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페이스북이란 세계적인  펜팔공간이라는 걸 알았다.

가입한 사람들의 프로필이 쫘르르 떠 있는가 하면, 그것을 페이스북에 가입한 사람들은 다 읽어볼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누굴 친구로 삼았는지, 혹은 사진으로 떠 있는 사람들이 누굴 친구로 삼았는지, 누구든 다 알 수 있었다.

더구나 그 친구에 쫘악 떠 있는 사진을 클릭하면 그 친구가 또 친구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문어발식 혹은 다단계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건 뭐란 말인가.

왠지 모르게 으스스해졌다.

내가 그렇게 알려준 적도 없건만 대체 누가 그렇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저 사이버 공간 어디에선가 거대한 무엇이 사람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의 공간을 교류나 공개/공유로 외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런 메커니즘의 치달음은 그칠 기미가 없다.

아니, 미치게 달린다.

이게 더 무섭다.  

적당히 모르고, 적당히 감추어진 것, 그것이 내겐 더 매력이다.

그리고 그런 게 필요하다고 여긴다.

낱낱이 까발려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관음증적 관심은 무관심만 못하다.

어떤 사람의 사진 아래에는 친구의 수가 몇 천을 넘는다.

과연 저 많은 '친구'가 진짜 친구가 맞는지 궁금해진다.

기억하고 있거나 기억 나기는 하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물건만 사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사재기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수의 사람만으론 허전한, 그래서 숫자로 허전함을 달래려는, 혹은 과시하는 

이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나는 이 페이스북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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