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가 싶더니 벌써 한 달의 반이나 지났다.
흔히, 이렇게 말하기보다 열한 달하고도 반이나 남았다고 말하는 게 좋다고 한다.
개뿔, 세상에 그런 억지가 어디 있담. 본인이 느끼는 절박함, 아쉬움을 어떻게 긍정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나. 긍정, 그 자체를 긍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의 느낌마저 부정하는 것은 절대 긍정적이지 않다. 죽고 싶은 사람한테 그럴 용기가 있음 살아보라고? 사는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데? 원칙 없는 긍정, 혹은 책임 없는 긍정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기를 당해 풍비박산이 된 집,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 갑질과 왕따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 등등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덜 하다고 인식되는 사정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느끼는 절대적 감성 내지 인식을 보편성으로 읽어내면 안 된다.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대안 말이다. 개인이 삭제되고 공공의 잣대만 우뚝 서게 되는 것은 책임 없는 긍정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매스컴이여, 제발, 책임 지을 수 있는 긍정만을 펼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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