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
봄 중에서도 오월의 봄, 너도 봄이고 나도 봄이다.
꽃들도 좋지만 연두와 어린 초록도 좋아한다.
연두와 초록을 보는데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오른다.
식물들은 어째서 다 초록일까.
광합성으로 생명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라는 말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듯한데, 다른 이유가 있길 바라는데, 그게 뭘까.
꽃은 또 어떻고.
초록에 딱 어울릴만한 색이 아닌가.
주로 보색에 가까운 색으로, 인공적으론 흉내 낼 수 없는 색이다.
초록에 하양, 초록에 노랑, 초록에 빨강, 초록에 청보라, 등등.
갈색이나 고동색인 꽃은 본 기억이 없다.
까망의 꽃도 마찬가지.
거기다 꽃술의 색은 다 노랑이다.
어째서일까.
벌레들이 노랑에만 반응하기 때문일까.
생존을 위해서라는 말 말고, 다른 비밀 같은 것이 있었으면 한다.
비밀이란 흥미를 유발하는 기특한 유전자니까.
어쨌든 의문은 남는다.
동물이나 벌레들이 보호색을 띄는 반면, 꽃은 보호색이기는커녕 누가 꺾든 말든 도드라지는 색으로 당당하다. 마치 “나는 꽃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식물이 연약하고 수동적이라는 관념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더해, 그럼에도 식물들에는 뭔지 모를 비밀이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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