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합천박물관과 해인사를 다녀오다

유리벙커 2024. 4. 13. 20:36

 

비실하던 몸이 봄과 함께 깨어납니다.

거제로 올 때만해도 이러저러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이라기보다 잘 놀고 잘 쓰자는 소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제 3년차가 됩니다.

몸이 부대끼는 날이 많아집니다.

한동안 집에 쿡 박혀있었습니다.

 

기운을 차리자.

이번엔 기어코 합천 해인사를 가보자.

 

먼저 합천박물관으로 갑니다.

박물관 입구엔 링과 화살이 놀이로 던져보라고 놓여 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동해 링도 던져보고 화살도 던져봅니다.

링 열 개, 화살 열 개를 던졌지만 단 한 개도 넣지 못했습니다.

제기도 있어 휙 던졌다 발로 차봅니다.

다 꽝입니다.

꽝은 꽝인데 어째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요.

박물관을 나와 위로 올라갑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시대의 다라국 옥전고분군이 보입니다.

이처럼 많은 고분은 처음입니다.

누구라 특정할 수 없는 먼 선조들의 고분엔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도무지 유추하기 어려웠습니다.

해인사로 이동합니다.

오가는 길에 보았던 중국집 간판에 빵 터집니다.

스님 짜장이라니요.

모처럼 폭소를 선사한 중국집이 고마웠습니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앞입니다.

나무로 된 가림막 사이사이로 팔만대장경이 보입니다.

한 자, 한 자, 새겼을 그 분들의 인내가 오롯합니다.

그 분들은 글자가 아닌 영혼을 새긴 것이고,

영혼을 담은 글자들은 신의 경지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내로 들어갑니다.

초파일을 준비하느라 대웅전 앞마당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등이 빼곡합니다.

많은 소원들이 색색의 등으로 걸려있습니다.

대웅전으로 올라갑니다.

대웅전 앞엔 황금색으로 칠한 디지털 불전함이 있습니다.

원래 종교는 조직이 아니었을 터인데,

지금은 조직화되어 자본 없는 종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디지털 불전함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날이 어둑해집니다.

해인사를 내려옵니다.

202445,

결혼기념일이자 잘 놀다 온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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