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족의 재발견

유리벙커 2011. 6. 10. 22:44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체는?

답은 가족.

모든 공동체, 더 크게 잡아 인류의 시작은 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로부터다.

오래 된 만큼 애정도 진하고 지지고 볶는 일도 많다.

‘가족’이 장수하는 비결이 아닐 수 없다.

미워, 미워, 토라지고 싸우다가도 어느새 네 편 내 편 없이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무엇도 이 ‘가족’을 넘보고 정복하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불신이 없는 건 아니다.

냉담표로 일관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론 배신도 한다.

그래도 ‘가족’은 그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를 가장 잘 이겨내는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너무 거창한 표현인가?


이혼을 생각하던 지인이 있다.

그런데 남편이 크게 다쳐 입원하게 됐다.

이 여자, 입원한 남편에게 세 끼를 다 집에서 해다 먹인다.

남편이 병원 밥을 싫어할뿐더러 영양 좋은 음식을 남편에게 해먹이고 싶어서란다.

평생 가족을 위해 돈을 벌었는데 이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내해야 할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혼은 어디로?


또 다른 지인의 모습.

이 분도 암 투병 중인 남편에게 헌신을 다한다.

40대에 명퇴해서 살림은 이미 빠듯해졌지만 좋다는 음식은 죄다 알아내 해 먹인다.

퇴원해서도 함께 병원 검진을 가는 것은 물론 남편의 신체 리듬이며 암에 따른 수치를 일일이 체크하며 음식 조절을 해나간다. 

몸이 고달파 짜증도 나겠건만 ‘내 일’ 그 이상으로 여긴다.

그 남편, 지금은 완치.


다른 사람 하나만 더.

미혼인 지인이 어느 날 유방암이라고 알려왔다.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더더욱.

직장을 다니면서 아무도 몰래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만나서 하는 얘기.

“그래도 이만하길 정말 감사해요. 암 부위가 작아서 절개하지 않아도 된다니 감사하고

가족 중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암이라니 감사해요.“

그 아가씨, 동생과 사이가 좋지 않아 툭탁거리는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 동생과 병원에 다닌다.

그리고 그 엄마, 딸 대신 자기가 암이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아가씨, 분명 완치되리라 믿는다. 


자, 이러니 ‘가족’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네 화장품은 안 쓰고 비싼 돈 주고 산 내 화장품을 쓰냐고 다퉈도,

어째서 밥상머리에 앉았다 하면 방귀를 뀌느냐고 입씨름을 해도,

하필이면 비 오는 날 내 허락도 없이 명품백을 들고 갔냐고 싸워도,

가족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고 다툼이다. 

그 다툼이야말로 이혼을, 혹은 사고나 병을 이겨내는 힘이 아닐 수 없다.

 

 

 

가족, 참 따뜻한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말이기도 하다.

‘가족이기주의’라는 말이 있어도 그것은 남을 돌아보지 않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지

가족 그 자체를 폄하하는 말은 아니다.

나,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을 때만 가족은 아니지. 고통을 같이 나누는 게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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