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마음 종이가 아닌 컴퓨터에 글을 쓰는 작업은 기술적인 면에서 혁명적이라 할 만큼 편리하다. 그런데 종종 사고가 나기도 한다. 어제가 바로 그런 경우. 1370매를 쓴 장편을 손보고 있었다. 초고에서 두 번쯤 손본 글이라 고칠 게 많았다. 요 며칠 죽어라 그 글에 매달렸다. 그런데 손본 .. 나의 이야기 2012.01.14
좋은 안녕, 나쁜 안녕 2011년이 이틀 남았다. 한 해가 저물 때면 항상 떠오른 질문 하나, “한 해 동안 뭘 했지?” 매년 하는 질문이건만 만족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를 위해’ 이리저리 답을 생각해 낸다. 봄엔 원하던 책을 냈고, 초여름엔 아들 결혼을 시켰다. 이만하면 한 해를 정산하는 것치.. 나의 이야기 2011.12.29
니체에게 소설을 듣다 니체! 신앙인, 특히 기독교도들에겐 혐오의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신은 죽었다”라는 그 유명한 독설에 질려 한때 니체를 미워했다. 그러한 니체가 어느 순간 나를 끌어들이고야 만다. 그의 음성은 나직하나 분명하고, 분명하나 깊고, 깊으나 냉소적이고, 냉소적이나 따..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1.12.28
오늘 머피의 법칙이 유난한 날이 있어. 오늘이 그랬지 뭐야. 그러니까 오늘은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려던 날이었어. 한 열흘 전쯤인가, 스마트폰을 공짜로 준다는 전화를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 다음 날 택배로 스마트폰이 왔어. 그런데 휴대폰 명의가 남편으로 .. 나의 이야기 2011.12.24
만두와 오케스트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잡채와 녹두전과 만두일 것이다. 오늘 벼르고 벼른 끝에 만두를 만들기로 한다. 묵은지가 거의 바닥이 난 끝이라 없어지기 전에 한 번 해먹자 싶었다. 우선 만두 속에 넣을 재료를 다듬는다. 돼지고기 간 것은 참기름과 후추와 마늘, 소금으로.. 나의 이야기 2011.12.18
소설을 쓰기 전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들은 얼마나, 어떤 종류의 고심을 하는지 되돌아본다. 이 말은 곧 나를 향한 되새김이기도 하다. 서사를 그리고, 인물을 생각하고, 주제를 잡고, 제목을 정하고, 구성과 문체를 마련한다. 거기다 자료수집과 취재까지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더욱이 ..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1.12.14
만해마을과 라뽂기 그 때, 그 밤엔 비가 내렸다. 우리는 십시일반, 가지고 있던 음식(이랄 것도 없는)을 한 두 개 씩 들고 A 작가의 방으로 갔다. 여자 작가 셋과 남자 작가 한사람이 한자리에 앉았다. 한 달 동안 작업을 마치고 나가는 나를 위한 송별회 자리였다. 처음 보는 작가들이 몇 주일, 혹은 한 .. 나의 이야기 2011.12.09
'나'를 묻다 내가 내게 질문을 던지는 일은 흥미롭다. 그것은 어쩌면 나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속할지도 모른다. 있었던 나를 돌아보고, 있을지도 모를 나를 살펴보는 일,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롭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론 씁쓸하고 때론 부끄럽고 때론 애간장이 탄다. 그래도.. 나의 이야기 2011.12.08
사소함의 가치 얼마 전부터 욕실의 물이 시원치 않다. 이 집으로 이사했을 때부터 그랬으니 그런가보다 하며 썼는데 이건 도를 넘는다. 세면대의 물은 잘나오는데 샤워기의 물은 어린아이의 오줌줄기보다 못하다. 혹시 물탱크 청소를 하나 싶어 관리실에다 물어봤다.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그.. 나의 이야기 2011.12.08
사람에 대한 멀미 1, 자기 말만 딥다 해대는 사람 2, 자기 말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상대의 말만 듣는 사람 3, 입만 열었다 하면 자랑만 해대는 사람 4, 남이야 먹거나 말거나 있는 음식을 혼자 다 해치우는 사람 에 대해 지독하게도 멀미를 느낀다. 특히 1, 3번의 경우, 그들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말.. 나의 이야기 2011.11.29
주름살로 살겠소 美가 대세다. 그것도 연예인 급 美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 주름살은 기본, 탱탱 피부는 옵션에 해당된다. 뚱뚱한 것도 용서할 수 없고, 예쁘지 않은 것도 용서할 수 없단다. 꿀피부에, 동안童顔에, 늘씬한 키에, 매끄러운 몸매여야 그나마 시선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 나의 이야기 2011.11.08
블로그와 사귀다 말, 말, 말.... 말은 말 그 자체로는 존재할 수 없다. 발화자가 있어야 말이 된다는 건 상식이다. 발화자가 있으면 수신자가 있어야 한다. 수신자도 없이 하는 말을 우리는 혼잣말 또는 독백, 방백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혼잣말이나 독백, 방백은 제대로 된 말하기 방식이라고 .. 나의 이야기 2011.10.29
우리는 UFO 밝힐 수 있을 듯한데 밝혀지지 않은 것에 관심이 많다. 그 중 하나가 UFO다. UFO는 모두가 알다시피 ‘미확인 비행물체’를 말한다. 예전에 비해 요즘엔 UFO에 관한 기사가 자주 나온다. 그만큼 UFO의 출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근접촬영을 가능케 할 기기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 나의 이야기 2011.10.12
암마샤마미 시절이 울퉁불퉁하다. 하긴, 예전이라고 평탄했던 적이 있었던가. 지금 보면 어수룩한 시절이었다고 말했을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약삭빠르고 험하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푸념했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기상천외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얼마 전, 필리핀 표적 납치 사건에 관한 .. 나의 이야기 2011.10.12
나 ‘인생’에 대한 댓글만큼 많은 것도 드믈 것이다. 인생은 고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자신의 체험을 담은 많은 말들이 ‘인생’의 옷을 입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인생의 댓글은 무엇일까. 굳이 말한다면, 죽음, 그리고 삶의 반죽이 수없이 반복되는 어떤 것이라고 말하련다. 추상적인 그 말이 .. 나의 이야기 2011.10.07
가져간 자와 잃어버린 자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먹을까 궁리하다 콩나물밥을 해먹기로 한다. 일단 마트로 간다. 여러 진열대를 살피다 고기 칸에 있는 닭고기 날개가 눈에 들어온다. 콩나물밥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던 터라, 닭고기 날개가 든 팩을 집는다. 닭고기 날개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나쁜 기름을 뺀 후, .. 나의 이야기 2011.10.02
양의 생각 심심할 때 맛보라는 듯, 슬쩍 내리다 말다 하던 비가 그쳤다. 하늘은 가벼운 잿빛이고 바람은 옅은 흥분을 담고 있다. 참으로 매혹적인 날씨가 아닐 수 없다. 물레의 바늘에 찔린 공주가 반쯤 눈을 뜨고 생각에 잠긴 날씨이며, 독사과를 품어야했던 질투가 시를 읽는 날씨이다. 작은 꽃무늬가 있는 스카.. 나의 이야기 2011.09.30
피노키오의 코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았다. 더불어 과일이며 채소가 맛도 떨어지고 값도 올랐다. 고추 역시 마찬가지. 가을이면 일 년 먹을 고춧가루를 준비한다. 사실, 내가 준비한다기보다 언니들의 성화가 준비해준다는 말이 옳다. 올해도 어김없이 언니의 전화가 고춧가루를 들먹인다. 그만큼 나는 살림에 별 관.. 나의 이야기 2011.09.30
걸인에게 한 마디 구걸도 노동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일상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구걸도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걸도 능력이다. 체면을 버릴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그 절대성 없이는 구걸은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인격을 내.. 나의 이야기 2011.09.07
중간자의 침묵 펌글 하나를 소개한다. 현대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선량한 방관자이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보아도 방관하기 일쑤다. 길거리에서 선량한 시민이 불량배들로부터 피해를 당해도 그냥 지나친다. 공연히 끼어들었다가 덤터기 쓸 것이.. 나의 이야기 201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