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때, 나는 신라 문무왕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모든 책 위의 책』 저자인 고운기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는 역사소설이 붐을 타고 있을 때였다. 역사소설을 쓴다는 건 가당치도 않을 일이었으나, 나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 해서, 삼국유사(일찌감치 읽었지만)는 물론, 삼국시대와 가야에 관한 여러 책을 읽었다. 거기다 중국 서안까지 가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백에 가까운 나의 도전력은 여러 책을 읽으면서 꺾였다. 신라만 해도 혈육끼리의 결혼이 빈번해, 족보가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왕이고 왕자가 되는지 알았지만, 차츰 복잡해지면서 도저히 기억할 수 없게 됐다. 중국과 일본과의 역사적 지식 또한 있어야 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책 위의 책』을 읽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