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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 위의 책』

어느 한때, 나는 신라 문무왕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모든 책 위의 책』 저자인 고운기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는 역사소설이 붐을 타고 있을 때였다. 역사소설을 쓴다는 건 가당치도 않을 일이었으나, 나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 해서, 삼국유사(일찌감치 읽었지만)는 물론, 삼국시대와 가야에 관한 여러 책을 읽었다. 거기다 중국 서안까지 가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백에 가까운 나의 도전력은 여러 책을 읽으면서 꺾였다. 신라만 해도 혈육끼리의 결혼이 빈번해, 족보가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왕이고 왕자가 되는지 알았지만, 차츰 복잡해지면서 도저히 기억할 수 없게 됐다. 중국과 일본과의 역사적 지식 또한 있어야 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책 위의 책』을 읽으며 ..

<<은밀한 선언>>에 따른 소회

책이 나왔다. 실로 오랜 기다림이다. 대체 책을 내는 행위가 무엇이기에 작가들은 출간에 목숨 거는 걸까. 존재의 확인이 아닐까 한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책을 내면서 확인받고 싶은 욕망일 테다. 나부터도 누가 내 책을 읽을까 의구심이 나지만, 국립도서관이며 대학 도서관에 내 책이 꽂힌 걸 알 때 무척이나 뿌듯했다. 작가들에게 출간은,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하나의 행위라고 말하련다. 이번에 나온 『은밀한 선언』은 나를 탈탈 털어 쓴 연작장편소설이다. 이 책뿐 아니라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나를 탈탈 털어 쓴다. 그만큼 혼을 다했다는 뜻인데, 객관적으로 볼 때 글의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글 쓸 당시엔 내가 가진 전부를 쏟아 부어, 최선의 작품을 만든다. 『은밀한 선언』 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