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춘희 시인으로부터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를 받았다. 8년만의 시집이다. 8년의 공백 기간 동안 그녀의 시는 어떻게 변했을까. 시집을 열어 몇 편을 읽는 동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예전의 시도 그랬지만 이번의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는 더욱 깊어지고 조금은 에로틱해졌다. ..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8.11.12
무릎을 꿇는 것의 의미 어제 오늘 IT업계 양진호 회장의 폭행 문제가 시끄럽다. 폭행 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벌렁거린다.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에나 있었던 상전과 종의 관계가 지금도 현재진행형임을 말해준다. 왜 이러나.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항복의 의미다. 단순히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격과 내 전.. 나의 이야기 2018.10.31
<<에피 브리스트>> 『에피 브리스트』 (문학동네)는 독일의 테어도어 폰타네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시대와 국적이 다르지만 조루지 아마두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과 맥을 같이 한다. 사랑과 결혼, 혼외정사와 사회적 평판을 다루는 것이 그렇다. 이러한 문제가 어디 폰타네나 아마두의 ..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8.08.26
<<배신>>의 정체성 이 책을 읽게 된 건 ‘배신’이라는, 우리에겐 다소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과연 배신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 배신을 하는 입장과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배신은 확실히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배신을 하는 입장에선 고발이라는 정당성을, 당하는 입장에선 피해라는 부정성을 말..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8.08.02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 이 책은 브라질 국민작가라 일컫는 조르지 아마두의 장편소설이다. 2008년 번역(오숙은 옮김) 되었으며, 아마두의 연보에 의하면 1965년에 집필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책의 배경은 브라질의 사우바도르라는 도시로, 삼바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카니발이 한창인 때, 플로르의 남편 바..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8.08.02
지하철 임산부석은 아직도 미완 어제 지하철을 탔다. 내가 앉은 건너편 자리엔 동그란 안경을 쓴, 야무져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다. 그 아가씨, 내가 앉은 쪽 옆옆 자리에 시선을 고정한다. 잠시 후, 그 아가씨가 일어나더니 내 옆옆 자리에 앉은 아저씨 같은 할아버지에게 다가간다. “저... 거긴 임산부석인데요, 제 자.. 나의 이야기 2018.06.22
노마드를 꿈꾸며 관광 말고, 여행을 가자! 우리는 왜 그리 사무치도록 여행을 꿈꾸나. 여행 중에도 여행을 꿈꿀 수 있나, 질문해본다. 관광이 아닌 여행은 노마드(nomad)다. 규범을 떠난 해체와 재조립. 그 엄청난!!!(진짜 엄청나다) 저지름은 모두가 꿈꾸나 꿈꾸는 대로 하지 못한다. 어느 누가 어렵사리 잡은 .. 나의 이야기 2018.06.20
700원의 무게 요즘 매일 하는 일이 있다. 저녁을 먹으면 아파트 단지 내를 걷는 것. 오늘도 저녁을 먹은 후 아파트 단지를 걷는다. 밤바람이 더워지는 몸을 사이다 바람으로 식힌다. 한 바퀴를 돌자 택배 탑차가 정차해 있는 게 보인다. 시동은 꺼져 있고, 조수석 문도 화물 적재함도 활짝 열려 있다. 조.. 나의 이야기 2018.06.20
『스켑틱』SKEPTIC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경로로 『스켑틱』을 구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다, 표지에 적힌 소제목들이 호기심을 자극했기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소설을 쓰지만 문학작품보다 인문학이나 철학, 과학에 관심이 많다. 문학이라고 해서 문학적 언술만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을 제외한 수..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8.04.02
순간이라는 존재 운전을 하다 보면 목적지인 건물을 보고도 주차장을 찾지 못해 도로를 빙빙 돌 때가 있다. 그 날의 목적지는 백화점이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주차장 입구는 알고 있던 터다. 동승자와 말을 나누다 보니 순간 입구를 놓치고야 만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상황이.. 나의 이야기 2017.12.14
행복을 보았다네 우연찮게 눈에 띈 간장게장 집엘 갔다. 메뉴를 보니 한상차림은 일 인 11000원, 무한리필은 3인과 4인과 5인의 값이 각각 다르다. 우리는 먹는 양이 작으므로 한상차림을 주문한다. 솥밥이 오고 게 찌개와 양념게장, 손질한 간장게장이 두 마리 나온다. 처음 온 집이라 음식이 나오기 전 다른 .. 나의 이야기 2017.11.28
관심과 무관심 얼마 전 대형마트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자 옆 칸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곧이어 “엄마! 엄마!” 울부짖는 소리가 난다. 서너 살 먹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우는 게 아니라 울부짖는다. 헌데 어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볼 일을 보고 칸을 나오도록 여자아이.. 나의 이야기 2017.11.02
책의 종말 작가에게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는 ‘책 버리기’일 것이다. 책은 수많은 활자로 웅숭깊은 세계를 내보낸다. 그 세계와 동거 동락한 작가로선(독자도 그러하겠고) 책을 버린다는 건 자신의 일부를 도려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버린다는 말이 잔인하니 정리한다는 말로 대신한다. 얼마 후.. 나의 이야기 2017.10.18
양구 두타연에 가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몸이 좋지 않았다. 긴 여행을 하기엔 무리. 그래서 택한 게 공기 좋고 살살 걸을 만한 데였다. 그곳이 양구 DMZ에 위치한 두타연이다. 반팔을 입어도 괜찮았지만, 두타연 매표소로 가자 사정은 급변했다. 한겨울만큼이나 춥고 바람이 셌다. 차 트렁크에서 오리털 파카며 .. 나의 이야기 2017.10.17
나는 갈 테다 나는 갈 테다 숲이 있는 저 길로 나는 갈 테다 빛이 어룽지며 부서지는 저 강물의 길로 나는 갈 테다 공중에 뜬 구름이 정원을 만드는 저 길로 나는 갈 테다 둥치 큰 나무가 그늘을 너울대는 저 길로 나는 갈 테다 슬픔이 툭툭 떨어져 핏빛 열매를 맺는 저 길로 나는 갈 테다 유감스러웠던 .. 나의 이야기 2017.09.09
영화 '택시운전사'를 본 후 날짜가 여의치 않아 오늘에야 ‘택시운전사’를 봤다. 보는 내내 마음은 요동치고 가슴은 조였다. 영화관을 나오면서는 먹먹하고 착잡해졌다. 1980년 5월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광주에서 그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섰다 해도 .. 나의 이야기 2017.08.21
<<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 이은봉, 책만드는집, 2017 시인 이은봉 선생님께서 시집이 아닌 시조집을 내셨다고 한다. 뜬금없이 웬 시조집일까. 그동안 시조도 쓰셨다는 말인데 언제부터 무슨 계기로 쓰셨다는 걸까. 시조, 하면 옛것부터 생각나고 고루하다는 선입견이 작동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은봉 시인은 작가의..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7.07.18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에는 고운기, 문학수첩, 2017년 길을 가다, 어쩌다, 아는 이와 마주쳤을 때는 약속을 잡고 만날 때보다 반가움이 크다. 천변으로 밤 산책을 다녀오다 우편함에서 꺼낸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가 그렇다. 오랜만의 소식이다. 2016년 봄, 내 출판기념자리에서 뵙고 오늘 책으로 만나니 일 ..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7.07.13
우스운 갑질 친구 부부와 송추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 카페는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모던한 건물이었다. 카페 앞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고 나무며 꽃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그 정도의 부지를 가꾸자면 꽤나 비용이 들 터였다. 우리는 커피와 빙수를 시키고 앉을 자리를 돌아봤다. 일층엔 .. 나의 이야기 2017.07.03
<<무의미의 축제>>에서 의미 찾기 밀란 쿤데라/방미경 옮김, 민음사 이 작품은 쿤데라가 14년 동안 절필했다 2014년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그의 나이 85세에 출간했다는 얘기이다. 그런 만큼 비평가들, 독자들의 관심이 사뭇 달랐으리라는 점은 짐작해볼 수 있다. 흔히 독자들은 유명세를 탄 작가들에 선입견을 갖는다. 비.. 나의 소설/독서감상문 2017.06.26